▲ 김갑성 사회문화팀 차장

현재 30만 시민들이 살고 있고 대를 이어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인 경남 양산시, 그 양산시의 이미지가 흐려지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비양심적인 행동 때문이다.

상북면 홍룡사 종무소 앞에는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하지만 대나무 숲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무마다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높이에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낙서로 가득하다. 마디마디에 빼곡히 새겨진 낙서는 나무의 하얀 속살이 보일 정도로 깊은 흉터로 남아 있다.

홍룡사가 ‘대나무에 이름을 새기거나 낙서를 하지 마세요. 대나무가 아파해요’라는 글귀를 기와에 새겨 낙서 금지를 당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이 닿는대로 낙서를 하고, 심지어 낙서를 하지 말라는 기와에도 낙서를 해 놓았다.

홍룡사는 신라 673년(문무왕 13)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양산8경의 하나인 ‘홍룡폭포’ 등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사찰 주변이 보기 흉한 낙서로 얼룩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비단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양산시민의 대표 독서 공간이자 학생들이 많이 찾는 양산시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지하 1층 간이휴게실은 도시락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지만 흰색 벽면에는 온갖 낙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1층 어린이자료실 구석도 낙서로 어지럽다.

벽의 낙서도 문제지만 책을 함부로 다뤄 파손시키고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아 골치거리다. 도서관이 개관한 2011년부터 최근까지 파손된 도서가 60권이 넘는다. 책을 파손한 경우 변상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몰래 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비장애인 주차행위도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자동차 앞유리에 장애인자동차 주차가능 표지를 부착하거나 보행상 불편이 있는 장애인이 탑승한 경우에만 주차할 수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양산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차 순회단속 결과 웅상지역을 제외한 서부양산지역의 계도 건수만 2809건에 달한다. 또 올해 초 행정자치부가 만든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에 올라온 양산지역 민원신고도 증가했는가 하면 과태료부과도 76건에서 105건으로 대폭 늘었다.

낙서로 뒤덮인 홍룡사 대나무, 파손된 도서관 책,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불법 주차, 이 모두가 개인 재산이 아닌 공공기물을 함부로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양산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자연유산과 공공기물의 중요성을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소중히 하며 아끼는 기본상식이 정착되는 사회풍토가 절실하다.

김갑성 사회문화팀 차장 g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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