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애정이 학생의 삶 변화시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 발휘를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교직에 들어오려는 젊은이들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입문하기가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교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개별성을 갖고 있는 인간의 행위를 다루는 직업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틀에 맞춰 찍어낼 수 있지만 사람의 영혼은 개별성을 가짐으로 인해 다양하고 복잡하게 교육돼야 한다.

그런 바탕에서 학교는 집단성을 가지고 인간의 사회화 과정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특성은 미성숙된 인격체로서 자기 과시적이고 충동적이며 즉흥적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과보다 생활지도를 무척 어렵게 생각한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과 생각들이 집단속에서 도출되기도 한다. 신규 교사는 어려운 경쟁을 넘어선 기쁨도 잠시 교직에 들어가는 길목에서 험난한 벽에 부닥치게 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답은 없겠지만 결국 교사는 학생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보다 유혹할 수밖에 없다. 그 유혹은 교사의 열정과 애정의 깊이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신입생 학부모가 찾아와 이런 얘기를 했다. 아이가 공부가 부족해 고민인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자신의 방문을 닫고 노래연습을 하더란다. 나중에 물어보니 음악선생님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닮고 싶어서 연습하는 중이라 했단다. 그 음악 선생님은 목소리로 학생의 마음을 유혹했던 것이다. 교육은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할 때 의도한 교육보다 몇 배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교사는 어린 학생들에게 모방의 대상이다.

요즘 부산 기장 대변항에는 멸치털이 작업이 한창이다. 멸치잡이 배에 방수복을 입은 장정들이 한 줄로 서 멸치를 털어낸다. 휘파람 소리에 맞춰 그물을 당기고 터는 손놀림이 예술적으로 어울려 은빛 멸치들이 그물에서 튕겨 나간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한다. 필자를 포함해 구경꾼들은 본래 멸치 털이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럼 무엇이 이들을 구경꾼으로 만들었는가? 그것은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장정들의 열정과 몰입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유혹하는 것은 교사의 열정에서 나온다. 교사는 멸치털이 장정들처럼 가르치는 일에 열정이 있어야 어렵고 힘든 학생들을 유혹할 수 있다. 우선 교사의 열정은 자신이 맡은 교과에서 나온다. 교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교과 단원의 내용은 학생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소들이 들어있다. 설명하는 내용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교사에게는 어떤 힘이 느껴진다. 그 힘 속에는 강열한 흥분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이 학생들을 유혹하고 몰입하게 한다.

그래서 교사는 교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일에 열정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물론 많은 교과 내용들이 모두 교사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교사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있다. 이럴 경우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직업적 열정이 식어갈 때도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열정이 계속 살아있으려면 자신의 개인적인 일에 대한 열정을 교직에 접목하는 방법도 있다. 교사의 남다른 재능과 기술을 학생들이 경험하게 하고, 학생들도 자신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더라도 교사의 열정과 애정의 깊이에 빠져들어 삶을 바꾸고 성장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열정은 카리스마로 나타나며 자석같은 매력으로 학생들을 유혹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유혹해야 한다.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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