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로 상태 좋고 풀무질도 좋아

철광석에서 슬래그 배출 성과

체험행사도 풍성…17만명 발길

▲ 15일 제12회 울산쇠부리축제가 열린 울산 북구청 광장에서 박천동 북구청장, 박기수 북구문화원장 등 관계자들이 고대원형로 복원실험으로 배출한 철광석 찌꺼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쇠부리 고대원형로 복원실험을 성공시키고, 17만6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관람객을 맞은 울산쇠부리축제가 15일 막을 내렸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철과 관련한 체험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 고대 원형로 복원실험장 옆으로 마련된 대장간 체험장에는 연일 긴 줄이 이어졌고, 어린이들은 쇠망치로 철을 두드려 쇠부리 기념 목걸이, 호미 등을 만들었다.

축제장 곳곳에 전시된 클래식카와 정크아트 로봇 전시도 인기를 모았다. 쇠부리미니카경진대회, 울산달내쇠부리놀이 시연, 주제공연 ‘달천골, 철철철’ 등 각종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관람객들을 꾸준히 끌어 모았다.

축제장 입구에 마련된 쇠부리 주제관 ‘스틸로드’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폐광되기 전까지의 달천광산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당시 광업부장을 지낸 윤석원 씨가 제공한 갱도의 계획도와 광산에서 나온 광물 등이 전시돼 달천철장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쇠부리축제추진위원회 박기수 위원장은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고대원형로 복원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울산쇠부리 원형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며 “울산쇠부리축제가 앞으로 울산을 넘어 전국적인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쇠부리 고대원형로 복원실험

올해 쇠부리축제장은 연일 흥분의 도가니였다. 축제 3일 동안 이어진 울산쇠부리 고대원형로 복원실험 때문이다.

축제 기간 재현된 고대 제련로는 밀양 사촌제철유적 1호 제련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지난 14일에는 이 제련로에 철광석과 참숯을 넣고 온도를 높여 철광석 찌꺼기(철광석에 섞인 다른 광물)인 슬래그를 배출하는 제련 작업이 진행됐다.

14일 오후 3시께. 고대 방식을 재현한 제철로에서 불매소리와 함께 풀무질이 이어지자 노 위로 불길이 치솟았고, 아래쪽에서는 슬래그가 시뻘겋게 흘러나왔다. 슬래그를 빼는 작업은 이날 오후 9시까지 계속 이어졌다.

울산쇠부리복원사업추진단의 이남규(한신대 교수) 단장은 “제철로의 건조상태가 아주 좋았고, 날씨도 많이 도왔다. 무엇보다 달내쇠부리보존회가 풀무를 잘 밟아줬다”면서 “기술, 경제력, 참여자들의 화합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얻어진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5일 오전에는 제련조업 결과와 실험의 의의를 살펴보는 설명회가 개최됐다.

이남규 교수는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가며 20여 년 동안 복원실험을 지속해왔다. 지금까지의 실험 중 이번 실험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실험이었다”면서 “이번 실험을 계기로 앞으로 고대원형로 복원실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이번 실험이 불매소리라는 문화적 콘텐츠와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달천철장이라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을 간직한 울산 북구에서 이번 실험이 이뤄진 것도 의미있다. 이렇게 기술, 역사, 문화적 콘텐츠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사례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이번 제련 실험을 통해 얻은 잡쇠덩이를 한달 가량 현장에서 전시한 후 정련과 단야 실험, 철기 제작 연구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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