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낮을수록 비속어·욕설 사용 많아
나쁜 언어습관은 어휘력·판단력 저하
개선 위한 캠페인 등의 자정대책 필요

▲ 유성호 풍생고등학교 교장

‘생선(생일 선물),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열폭(열등감 폭발), 노잼(재미없다), 낫닝겐(인간이 아니다), ㅁㅊ(미친), ㅂㅅ(병신)’ 등 국적불명의 말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세대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국어 파괴가 심각하다. 예전에는 우리말 속의 일본어 잔재 청산이나 외래어 사용 문제, 국한문 혼용이나 한글 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뜨거운 사회 문제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렸는데 지금은 이런 이슈는 아예 관심도 끌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의 우리말 파괴는 특히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다. 방송국 프로그램마다 자극적인 자막을 통해서 기상천외한 신조어를 경쟁적으로 양산하거나 전파해 우리말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 심지어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욕설과 비속어까지도 재미있다는 듯이 포장을 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 등으로 자막 처리해 태연하게 내보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TV와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단어의 축약, 함축, 비약, 합성 등이 혼재된 온갖 신조어가 난무하면서 이제 우리 국어는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다. 이런 언어 환경에서 추락하는 우리말을 바로잡기 위한 전 국민적 언어문화 개선 운동이라도 펼치자고 한다면 언어 현실을 모르는 시대착오적이고 고루한 넋두리라는 비난이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말의 문제는 신조어 양산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의 국민대통합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13만2244건을 분석한 ‘청소년의 언어 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32.3%가 욕설이나 상처 주는 말, 또래끼리 사용하는 은어로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또한 2015년 ‘국민의 언어의식조사’ 결과 중고등학생의 말투가 거칠다는 응답이 77%로 가장 높았고,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65.6%), 잘 모르는 유행어가 많다(60%) 등의 답변이 나왔다. 연령이 낮을수록 욕설 및 비속어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0대는 절반 이상(64.5%)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언어 습관은 청소년들의 어휘력과 사고력, 판단력과 표현력을 떨어뜨린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에 자주 노출되면 작은 자극에도 감정 조절을 못하고 인격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사회 적응 장애와 각종 청소년 범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학교에서 거친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학생들의 폭력행위와 각종 일탈행동 발생도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이며 자긍심이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올바른 말을 쓰기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언론에서는 국민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자정(自淨) 대책을 마련하고 연중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청소년들의 바른 말 쓰기와 욕설 없는 언어문화 정착을 위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또한 청소년 스스로가 해법을 찾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신뢰와 용기를 불어넣는 말,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말, 공감과 배려를 나타내는 말, 긍정과 칭찬의 메시지를 가진 말은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꾸고 다듬는 노력을 통해 전 세대가 소통하고 공감하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성호 풍생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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