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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CEO칼럼
[CEO칼럼]불신사회와 스펙 쌓기신뢰 부족해 객관적 자료에 평가 의존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생기는 손실 커
주관적 평가 수용되는 사회로 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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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7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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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학벌 없는 사회’라는 시민단체가 해체를 선언했다고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계층분절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매우 중요하다. 외국에서도 좋은 대학을 나오면 연봉도 높고 사회에서 대우도 받지만 우리만큼 심하지는 않다.

최근 음서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올해 검사 신규임용 결과를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대’ 출신이 전체의 66.7%였다. 지난해(59%)보다 이들 대학의 쏠림이 더욱 심화됐다. 우리는 대학을 가야하고, 그것도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 대학에 가서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풍조 탓이 아닌가 한다. 높은 학점, 높은 영어 점수, 해외연수 경험, 봉사 활동 등 될 수 있으면 객관화된 기준에 의해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관행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이다. 대학 수시전형에서 수상실적, 봉사활동 등 스펙관련 사항을 입학원서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수학능력 점수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한 지원자를 우대했기 때문이다.

능력중심 채용의 확산으로 그 정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TOEIC 점수가 채용은 물론이고 입사 후 승진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 듯하다. 영어가 그다지 활용되지 않는 직장에서도 TOEIC 점수만이 시비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미국대학들은 대학원은 물론이고 학부 입학 전형에서도 GRE, GMAT, SAT 등 시험 점수뿐 아니라 추천서, 학생들의 성장과정, 지원동기 등 여러 요소를 주관적으로 평가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SAT를 만점 받고 학과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이 일류 대학에서 입학 허가서를 받지 못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딸이 여러 명문대학에서 구애했으나 하버드대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SAT 성적에 대한 보도가 없었지만 신뢰사회이기 때문에 대통령 딸에 대한 특혜 입학시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저신뢰 사회가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에 주목한 후꾸야마 교수는 미국과 일본을 고신뢰(高信賴)사회, 우리나라를 저신뢰(低信賴)사회로 분류했다. 저신뢰사회로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매우 크다.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낭비되는 자원손실도 크지만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제도적 개혁이 좌초되거나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미국의 법학전문대학원제도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을 50%까지 내리도록 설계된 것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이 주관적인 요소가 좌우될 여지가 크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전형 개선안에는 니트 성적 등 객관적 평가 비중을 강화하고 면접위원에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블라인드 면접이 포함돼 있다.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는 공무원 사회의 폐쇄성 완화를 위해 개방형 직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경력자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학전문대학원과 같이 음서제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핵심쟁점의 하나가 평가제도다. 피평가자의 평가자에 대한 불신이 성과연봉제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장애요인이다. 학벌대체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능력중심사회도 표준화된 기준에 의거한 직무능력 평가체계 구축과 함께 능력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수용될 수 있는 신뢰사회가 돼야 가능하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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