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형 임시물막이 실험 사실상 실패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안 빨리 찾아야
맑은물 공급사업 통한 수위조절 필요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비육지탄(脾肉之嘆)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은거하고 있던 시절에 말을 타지 못해 넓적다리에 살이 찌는 것을 한탄한데서 나온 표현이다. 목표를 향해 매진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안타까움을 의미한다.

최근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두고 비육지탄이 떠오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돼 1995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으나 1965년에 축조된 사연댐으로 인해 매년 4~8개월간 반복적인 침수와 노출로 훼손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수위조절을, 울산시는 생태제방 설치를 주장하며 침수방지방안을 검토하던 중 2014년 9월부터 기본설계를 통해 가변형 임시물막이를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검증실험이 사실상 실패함으로써 3년간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지난 2007년부터 문화재청, 울산시, 학계 등이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공청회 등을 통해 개진한 의견을 종합한 결과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2008년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이건무 청장에게 보존방안에 대한 질의를 함으로써 국회 차원의 여론을 환기시켰다. 2009년 7월 정부는 국무차장 주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해 보존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이에 따라 2009년 국토부 고시를 통해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을 경북대구권 맑은 물 공급사업과 동시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국무총리의 결정으로 국토부 고시까지 진행된 방안은 구미시의 반대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채 2013년 가변형 임시물막이 설치를 추진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물막이 실패후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데, 과거 울산시가 주장했던 생태제방 설치가 다시 제기되고 있어 염려스럽다. 이미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보았듯이 생태제방안이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재위원들은 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을 최상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맑은 물 공급사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동안 구미시는 맑은 물 공급사업으로 상수원 보호구역이 확대돼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가 제시한 맑은 물 공급사업은 현재 구미와 김천의 자체 취수원인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강변여과수로 경북대구권 식수 69만7000톤을 취수하는 것으로, 이에 따르면 오히려 구미시의 상수원보호구역 일부가 해제되고 노후관로 개선사업 등 구미시가 원하는 사업도 가능해졌다.

현재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등은 댐에서 맑은 물을 식수원으로 취수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영남권만 맑은 물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물을 식수원으로 취수하고 있다. 따라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대구·경북·울산 등 영남지역 약 600만명의 식수해결을 위해 ‘맑은 물 공급사업’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2013년 6월경 국토부장관이 대통령께 맑은 물 공급사업을 보고 드렸을 때 대통령께서도 반드시 추진하라는 뜻을 피력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교문위원들이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가변형 임시물막이 설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며 울산의 맑은 물 공급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출발한 인류의 암각화는 러시아 하바로브스크 암각화를 거쳐 몽골의 알타이 동굴에 이르기까지 퍼져나갔으며 고래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양이 한곳에 집중돼 표현된 것은 반구대 암각화가 유일하므로 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본질적인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어떤 방안이 최상인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토부의 고시에 나와 있는 것을 그대로 이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 지자체,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암각화를 완벽하게 보존해 후손에게 길이 물려줌으로써 지금까지의 탄식을 이젠 우리 모두의 감탄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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