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강성복·이정희씨 부부...마을 노인들 농산물 사들여

고추장 등 발효식품 만들어

▲ 울산 북구 어물동에서 마을 노인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사들여 발효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강성복·이정희씨 부부.
울산 북구 어물동에서 마을 노인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사들여 발효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50대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어물동 금천아름마을에서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노인들을 챙기고 있다.

18일 오전 금천아름마을 경로당. 이 마을 할머니 7명이 둘러 앉아 장아찌로 만들어질 깻잎순과 쪽파머리를 다듬고 있다. 할머니들 사이에 앉아있는 이정희(여·58)씨는 남편 강성복(59)씨와 함께 ‘어물동 웃는콩’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금천아름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고추장과 된장, 각종 장아찌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다.

부부가 금천아름마을로 오게 된 것은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다.

전직 학교 운동부 축구 감독이었던 강씨는 승부 스트레스 등으로 운동장에서 두 번이나 기절한 적이 있었고, 동울산전화국에서 일하다 퇴직한 이씨 역시 갑상선암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강씨는 “동구 남목에서 살았었는데 처음에는 아내가 혼자 금천아름마을로 왔다갔다 하면서 농사도 짓고 음식도 만들었다. 잠깐씩 도와주다 2년이 지났는데, 이 생활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어 본격적으로 집도 짓고 마을에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가 남목에서 금천아름마을로 온 지는 9년이 됐다. 이제는 건강도 되찾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또 마을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노인들의 일손을 돕고 있다.

이씨는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 저희 부부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는 일이 많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니 심부름은 젊은 우리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어물동 웃는콩’은 지난해부터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에 음식을 납품하게 됐다.

이씨는 “마을기업으로 등록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돈을 버는 일이 돼 버릴 것 같아 정부나 자치단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일이 좋아 시작한 일에 많은 분들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셔서 힘이 난다. 앞으로도 우리 마을 할머니들이 키운 농산물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신동자(71) 할머니는 “소일거리로 키운 작물을 부부가 다 사주니 멀리 갖고 나가서 팔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 할매들이 농약도 안 치고 키운 작물이라 맛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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