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홀 지다 17·18번홀 이겨 연장에서 역전 버디…장수연 3위

▲ 2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장타퀸 박성현(23·넵스)이 결승 2번홀에서 승리한 뒤 볼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은 박성현(22·넵스)이 고대하던 매치플레이 여왕 자리도 꿰찼다.

박성현은 2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김지현(25·한화)을 연장 접전 끝에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작년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1회전에서 탈락했던 박성현은 상금왕이나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 타이틀 방어만큼 이 대회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수시로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시즌에 5승을 목표로 내걸면서 5승 가운데 1승은 이 대회에서 올리고 싶다고 했다.

박성현은 “주니어 시절부터 중계방송을 보면서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였다”면서 “첫 우승 이후 가장 짜릿한 우승”이라고 기뻐했다.

시즌 4번째 우승으로 상금 1억2천만원을 보탠 박성현은 다승 1위와 상금 선두, 대상 포인트 1위 등 각종 부문 맨 윗자리를 굳게 지켜 이번 시즌 독주 기반을 더 확고하게 다졌다.

6개 대회 만에 시즌 상금을 5억2천767만원으로 늘린 박성현은 김효주(21·롯데)가 2014년에 세운 시즌 최다 상금 12억890만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가 됐다.

또 작년 전인지의 시즌 5승뿐 아니라 2014년 김효주(21·롯데)가 세운 시즌 6승도 넘어설지도 주목을 받게 됐다.

KLPGA 투어 시즌 최다승 기록은 2007년 신지애(28) 9승이다.

투어 99번째 출전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린 김지현은 작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두 번이나 박성현에 이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박성현의 승부사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전극이었다.

1, 2번홀을 따내 여유 있던 박성현은 중반부터 김지현의 반격에 휘청댔다.

김지현은 1홀차로 뒤진 11번홀(파4)에서 3m 버디로 따라붙은 뒤 12번홀(파5)에서 박성현의 난조를 틈 타 1홀차로 역전했다.

박성현은 16번홀(파3)에서도 샷이 흔들려 2홀차로 뒤졌다. 티샷이 그린을 벗어난 데 이어 3m 파퍼트를 놓치자 입술을 깨문 박성현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틀 사이에 16강전과 8강전,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는 강행군에 체력이 고갈되면서 집중력도 덩달아 흔들렸다.

남은 홀은 단 2개홀. 17번홀에서 비겨도 경기는 끝날 판이었다. 박성현은 “이대로 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반반씩 들었다”면서 “져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포기하기는 싫었다”고 당시 마음을 밝혔다.

벼랑 끝에서 박성현은 반전 샷을 때려냈다. 17번홀(파4) 두 번째 샷을 홀 한 뼘 거리에 떨어뜨리는 이글성 버디를 만들어냈다. 박성현은 “웨지로 충분히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는 홀이라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 플레이가 먹혔다”고 설명했다.

18번홀(파5)에서는 1m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박성현의 기세에 눌린 듯 김지현은 100m 거리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박성현은 버디 퍼트는 놓쳤으나 김지현이 파세이브에 실패하면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분위기를 탄 박성현은 10번홀(파4)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3m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버디로 경기를 끝내려는 의지가 얼굴에 읽혔다. 캐디 장종학 씨는 “꼭 (여기서) 버디를 하지 않아도 기회는 있다”고 속삭였다. 혹시라도 의욕이 넘쳐 너무 과감한 퍼팅을 할까 봐 다독인 것이다.

한차례 어드레스를 풀면서 신중하게 라인을 살핀 박성현은 오르막 버디 퍼트를 홀에 똑 떨어지게끔 딱 맞는 스피드로 굴렸다. 볼이 컵에 떨어지자 박성현은 퍼터를 집어던지며 짜릿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성현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믿어지지 않은 역전패를 당한 김지현은 눈물을 쏟아냈다.

3-4위전에서는 장수연이 배선우(22·삼천리)를 2홀차로 제압했다. 3위 상금은 4천800만원으로 4위보다 1천800만원이 더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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