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바로크 음악-칸타타

▲ 바흐의 ‘사냥 칸타타’가 수록된 보이소프라노 알레드 존스의 음반(1985).

16세기 말,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의 집을 중심으로 발생한 ‘새로운 음악’에서 ‘노래하며 낭송’하는 것이 집중적으로 시도됐다.

쟈코포 페리, 줄리오 카치니, 특히 몬테베르디를 거치면서 선율이 폭이 넓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어느 정도의 규칙적인 반복으로 이어지는 ‘아리아’, 강한 표현의 낭송인 ‘레치타티브’가 적절히 배합해 ‘칸타타’라는 양식이 생겨났다.

‘노래하다’라는 이탈리아어 ‘Cantare’에서 유래한 ‘칸타타’는 단지 ‘노래 한번 부르다’는 의미일 뿐이며, 알레산드로 그란디가 처음 사용했다.

이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데 17세기 초에는 단성적 마드리갈의 의미에서 17세기 후반에는 다성적 ‘실내 칸타타’와 ‘교회 칸타타’로 발전했다. 18세기는 극적인 형태의 칸타타에서 19세기에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가사를 갖는 칸타타로 변화했다.

결국 칸타타란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악기 반주를 동반한 레치타티보, 아리아, 중창, 합창곡으로서 종교적 혹은 세속적 내용을 가진 서정적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칸타타를 작곡한 대표적인 바로크 음악가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걸쳐 여러 인물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칸타타가 발달한 곳은 독일인데 그 중에서도 요한 세바스챤 바흐가 대표적이다. 특히 바흐는 200여편의 코랄을 사용한 교회 칸타타를 작곡해 바로크 칸타타의 최고경지를 이룩했다.

요즘 시중에는 칸타타라는 이름의 커피 상품이 있다. 아마도 바흐의 ‘커피 칸타타(Kaffee Kantate)’라는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 아닌가 싶다. 평생을 궁정과 교회에서 음악 작업을 했던 바흐에게서 종교 음악이 많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신께 드리는 경배 음악 외에도 웃고 울고 화내는 ‘사람 느낌’의 음악이 필요했을 것이다. 평소 커피 광이었던 바흐가 종교적 내용이 아닌 일반 삶의 모습을 그린 ‘세속 칸타타’를 구분해 ‘커피 칸타타’ ‘사냥 칸타타’ 등 20여곡의 음악을 만든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바흐의 커피 예찬이 된 커피 칸타타와 달리 사냥 칸타타는 작센 공 크리스티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사냥 칸타타는 바흐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속 칸타타로 1716년 쓰였다. ‘나의 즐거움은 오직 사냥뿐’이라는 주제 아래 사냥의 수호신 다이아나, 그의 연인 엔디미온, 농경 동물들의 여신인 팬과 팔레스 같은 많은 가공인물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전원곡이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이 중 9번째 소프라노의 아리아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고’가 특히 백미로 꼽힌다.

선한 목자의 보호 아래서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는다는 내용의 이 아리아는 작센 공을 목자에 비유해 찬양한 것으로 20세기에 들어와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더욱 유명해졌다.

제목 그대로 평화, 안식, 행복 등이 펼쳐져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위안을 얻고 싶을 때 그야말로 적격이다. 특히 보이소프라노 알레드 존스나, 고 음악 성악가 엠마 커크비의 음성으로 듣다 보면 곧 ‘이것이 천국의 선율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냥 칸타타는 마치 바흐가 사냥을 하고 있는 듯 한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 추천음반
­바흐 ‘사냥 칸타타’ 中 ‘양들은 평화로이 풀을 뜯고’, -알레드 존스(Aled Jones)-아베마리아(1985)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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