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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창밖은 봄인데 사회복지의 봄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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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4.18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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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이다. 장꾼들은 한보따리씩 봄을 풀어놓고 초록빛 목소리로 외친다. 줄기가 통통한 돌미나리가 자꾸만 눈길을 잡는다. 약국 문앞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매끈한 숙떡을 건넨다. 고맙게 입에 넣으니 쑥내음이 꼭꼭 씹힌다. 햇살이 빛나는 오늘은 옷차림도 모두 밝다.  약국 유리문은 소도구와 배경은 변하지 않고 등장인물만 바뀌는 스토리 없는 연극무대다. 솜씨 좋은 화가가 언제나 살아있는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모화에서 방어진 덕하 언양에서 밤새 기침으로 시달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두툼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찾아오신다. 빨리 낫지 않는다고 불평하시는 분께는 죄송스럽다. 한 알만 먹으면 병이 뚝 떨어지는 만병통치약은 있었으면".  오늘은 피로회복제와 파스를 많이 찾는 날이다. 오래 앉아 있어서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며 약을 좀 부쳐 달라신다.  화야 아줌마도 나왔다. 55세 밖에 안됐지만 하얗게 센 머리에 앞니가 빠진 탓에 할머니로 보인다. 화야 아줌마의 어머니인 진짜 할머니가 힘겹게 문을 열고 들어와 약을 달라고 한다. 화야아줌마는 음료수를 주면 너무나 환한 웃음을 짓는다. 마치 약국 안에 벚꽃이 피는 것 같다. 칠순이 넘는 어머니가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화야아줌마의 보호자다.  할머니는 역시 지팡이 없이는 일어설 수도, 걸어 다닐 수도 없고, 이마가 무릎에 닿을 만큼 허리가 몹시 굽으셨다. 제때에 치료를 받으셨으면 저토록 힘들지는 않을텐데. 약값은 늘 할머니의 속호주머니에서 나온다. 할머니는 아드님의 의료보험증에 올려져 있고 화야 아줌마는 지역의료보험증을 갖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면 좋을텐데 진찰비와 약값이 얼마나 부담이 될까.  이따금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번쩍이는 중형차를 약국 문앞에 바짝 들이대고 나타나는 어느 분들은 의료보호 1종이다. 그들은 하루 기름값도 안되는 진찰비와 약값을 완전 면제 받는다.  화야 아줌마 모녀가 복지혜택을 받을 수는 없을까. 구청 사회복지과에 전화를 했다. 절차를 몰라서 그런 건 아닐까해서 도와주고 싶었다. 구청에서 친절하게 팩스를 보내왔다. 의료보호 대상자를 구분하는 의료보호법 제4조와 동법시행령 제11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3조에 의한다면서 대상자의 구분을 여러가지로 나누고 있었다.  화야아줌마는 그 중 첫째 규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로서 근로능력이 없는 18세 미만, 60세 이상의 수급자와 보장시설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에 해당되는 것 같았다. 화야아줌마를 다시 만나면 의료보호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화야아줌마가 그뒤로 오지 않는다.  예쁜 꽃등아래에도 그늘이 지듯이 우리 사는 것 어디에 미처 살피지 못한 그늘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이웃이 어디에 있는 찾아서 도와주는 행정이 될 수는 없을까.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는 동사무소마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한명씩 있긴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도와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소외된 느낌이 얼마나 쓸쓸할 지, 잠시의 동정어린 마음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의료보장제도가 잘 정착된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무엇인지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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