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에서 나흘 연속 사망자가 발생했다.

에베레스트는 2014년 산사태와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지난 2년간 사실상 입산이 금지돼 있었다. 이로 인해 올해 등반객이 대거 몰리면서 사고가 빈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에베레스트 정상 150m 지점에서 현지 가이드 푸르바 셰르파(25)가 등산로를 손보던 중 추락해 숨졌다.

이튿날인 20일에는 네덜란드 국적의 에릭 아널드(36)가 하산 중 사망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아널드는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5차례 시도 끝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으나, 그날 밤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21일에는 호주 여성 마리아 스트리덤이 목숨을 잃었다.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도전해 온 스트리덤은 남편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올라 마지막 안전지대인 제4 캠프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산병 증상이 악화해 더이상 걸을 수 없게 됐고, 구조 작업도 실패하면서 변을 당했다고 현지 고산등반업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재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2일에는 인도 국적의 수브하시 폴(44)이 제2 베이스캠프에서 역시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다 숨졌다. 같은 팀이었던 인도 산악인 2명은 실종돼 수색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고산등반업체 관계자인 왕추 셰르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날씨가 갑작스럽게 악화해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에베레스트 등정 산악인들의 잇따른 사망 사고가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앙 셰링 네팔 등반협회 회장은 “(2014년 산사태와 2015년 대지진 등) 앞서 두 차례의 참사는 자연현상이었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면서 “이것은 팀을 더욱 잘 관리했다면 최소화될 수 있었던 사람이 만들어낸 재난”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산등반업체 사이에 가격경쟁이 붙은 결과 등반용 장비의 질이 떨어지고 경험이 부족한 셰르파가 산악인들을 인도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셰링 회장은 “(사망자가 발생한) 팀들은 비상 상황에 대응할 지식이 없는 경험 없는 가이드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는 산악인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에서는 2014년 산사태로 셰르파 16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2015년에는 네팔 대지진으로 베이스캠프에서만 산악인 19명이 사망해 지난 2년간 사실상 입산이 금지돼 있었다.

그런 탓에 올해 등반 시즌이 재개되자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산악인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등반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조급한 마음에 충분한 준비 없이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있을 수도 있다.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은 통상 3월에서 5월까지다. 올해 시즌이 시작된 이달 11일부터 현재까지 거의 400여 명이 정상을 밟았다.

에베레스트 산에서는 1900년 이후 매년 최소 한 명이 사망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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