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추진에 불안감 팽배…“3분씩 돌아가며 호통치기 안돼”

국회가 ‘수시 청문회’ 법안을 추진함에 따라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국정감사와 청문회 때마다 ‘단골 손님’으로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국회에 불려다녔는데 만일 청문회가 수시로 열릴 경우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경기 불황에다 해운·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까지 겹친 가운데 수시 청문회 법안이 추진되자 재계에서는 설상가상 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각종 경제단체와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수시 청문회 법안 추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정감사·국정조사만 해도 대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해 불러다 호통만 치고 있다”면서 “상시 청문회가 되면 경영에 전념해야 할 경영인들이 맨날 국회만 불려 다녀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국회 주변에서 맴돌다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영 차원에서 상시 청문회는 상당히 위험스러운 제도”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입법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법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겠지만 결국 운영상의 문제점을 줄여나가야 한다”면서 “대기업 오너나 사장들을 불러놓고 국회의원들이 3분씩 호통치기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사안에 대한 청문회라면 해당 사업을 잘 아는 실무임원이나 본부장급이 답변해서 실질적으로 청문 과정이 운영돼야지 무조건 오너부터 먼저 불러놓고 보자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만일 논란이 있는 특정 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국감도 불려가고,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불려가고 상시 청문회에까지 출석을 요구받게 되면 결국 경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상시 청문회법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무차별적으로 상임위에서 부르는 형태로 운영된다면 솔직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사전에 청문회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력 낭비를 막고 경영외적인 요소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계에서 상시 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은 매년 국감이나 청문회 때 적지 않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무려 20여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급 인사들이 불려 나왔다. 그런데 분초를 다투는 최고경영자들이 국감장에 종일 불려 나가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조대식 SK㈜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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