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원조 닭갈비 맛 ‘하늘천따지’

▲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에 위치한 ‘하늘천따지’의 숯불 닭갈비.

1960년대 양축업과 도계장이 발달된 춘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닭갈비가 만들어졌다. 양념을 해서 숯불에 굽는 형태였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서민층이 선호하는 숯불 닭갈비는 그로부터 10년 뒤 가스의 보급으로 현재 철판 닭갈비의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철판 닭갈비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닭갈비의 모습이 됐다. 현재 원조 레시피 그대로를 재현하는 닭갈비 식당은 춘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에 위치한 ‘하늘천따지’는 춘천 닭갈비의 맛을 그대로 전수받아 지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눈대중 레시피 배워온 뒤에도 3년간 끊임없는 연구로 맛 살려내
손님상 옆에서 양념 타지 않게 직접 구워 환상의 불맛으로 인기
시 외곽 지리적 한계에도 입소문 듣고 찾아온 고객들로 북적북적

◇춘천 원조 닭갈비 할머니 손 맛

“아들과 딸이 강원도 화천 칠성부대에 있었어요. 면회를 가면서 춘천에 들러 닭갈비를 먹었죠. 70세 넘은 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인데 숯불에 구운 닭갈비였어요.”

장용운(63)·윤윤자(58)씨 부부는 화천 칠성부대와 인연이 깊다. 아들이 군복무를 했던 곳이고, 이어 여군이 된 딸도 그곳에서 생활했다. 강원도에 갈 일이 많았고, 그 때마다 숯불 닭갈비를 먹었다고 한다.

▲ 장용운(63)·윤윤자(58)씨 부부.

대구에 살던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에 값싸게 나온 경매물건을 매입하게 됐다. 지금의 하늘천따지 건물이다. 부부는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무슨 가게를 열지 고민했다.

장씨는 “봉고차를 빌려 온 가족이 전국 맛집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여러 군데를 다녀봤어도 춘천에서 먹은 숯불 닭갈비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수차례 울산과 춘천을 오가며 주인 할머니를 설득한 끝에 “그럼 네 마누라 두고 내려가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춘천에 남은 윤씨는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도 가고, 같이 재료 손질을 하고 양념하는 법을 배우며 머물렀다.

며칠 뒤, 요리법을 배운 윤씨가 의기양양하게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려와서 만들어 보니 그 맛이 아니었다.

윤씨는 “할머니는 일정한 레시피 없이 감각으로 요리를 하셨다. 큰 국자 하나, 작은 스푼으로 세 스푼. 이런 식이다. 울산에 내려와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그 맛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춘천에서 만들어 온 할머니 양념을 3년 동안 보관했다. 계속 찍어 먹어보며 비슷한 맛을 내려고 노력했고, 그만의 노하우도 쌓아갔다.

 

◇오로지 ‘맛’으로 위치적 한계 극복

결국은 해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에도 무리가 있고, 대리운전 비용도 만만찮은 곳에 가게가 자리했지만 연일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맛 때문이다.

윤씨는 “먹고 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등 입소문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울산뿐만 아니라 대구, 경주 등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12년 전 손님이 아직도 올 정도”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 집 닭갈비의 맛은 불과 양념 맛의 조화에서 나온다.

윤씨는 “정말 기본적인 양념만 들어간다”고 했지만 기본 양념이 어마어마하다. 파와 양파를 갈아서 넣고, 카레, 청양고춧가루, 물엿 등 20여 가지 양념이 뒤섞이면서 맛을 낸다.

또 국내산 냉장육만 사용해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하고, 직접 만든 소스에 이틀간 숙성시켜 양념 맛을 조절하는 정성을 더한다.

이 집 닭갈비는 닭고기의 여러 부위 중 닭다리 살만 사용한다.

윤씨는 “닭다리 살 중에서도 힘줄이 없는 부위만 골라서 요리한다. 닭고기 중 가장 맛있는 부위다. 담백한 맛을 내고, 식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닭고기를 손질할 때 기름도 제거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하늘천따지 닭갈비의 맛은 굽는 데서 완성된다. 양념 때문에 초보자들이 겁 없이 도전했다간 고기를 태워먹기 일쑤다. 그래서 대부분 윤씨가 직접 구워준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을 하나하나 거쳐야 ‘맛있는 원조 숯불 닭갈비’가 완성된다. 가정주부로 20년 넘게 살다 가게 운영을 시작해 힘들만도 하지만 윤씨의 얼굴은 예전보다 더 밝아졌다.

윤씨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남편이 없으면 못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면서 ‘나는 어딜 가도 잘 산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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