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생 미쟝플라스

 

주말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을 즐겨보면서 노래의 힘을 생각한다. 9연승을 한 ‘음악대장’이라는 애칭을 가진 가수가 복면 속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는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음악대장의 울부짖는 몸짓과 노래에 대한 열정에 빠져 많은 이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일부는 눈물짓는다. 그가 오랫동안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매주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많은 고민 속에서 선택한 노래를 목이 터지도록 연습한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요리용어 중에 ‘미쟝플라스’가 있다. 프랑스어로 ‘Mise-en-place’, 영어로 ‘put in place’이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는다’는 뜻이며, 사전 준비를 의미한다.

요리사들 중에는 요리를 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있다. 요리를 하기 전에 모든 것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요리를 하기도 전에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요리를 하는 사례도 있다. 그들을 보면 항상 지적을 하지만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삶의 맛있는 요리를 위해서는
사전에 재료 준비가 잘 돼야
인생의 미쟝플라스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대비해
하루하루 준비하는 삶을 살자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프랑스 요리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미쟝플라스라고 한다. 그들은 맛나고 중요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재료들과 조리도구들이 모두 갖춰지지 않으면 요리를 하지 않는다. ‘Mise-en-place’를 문신으로 새긴 요리사가 있다고 할 만큼 준비하고 확인하는 것이 요리사에게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맛나고 위생적인 음식을 할 마음자세인 미쟝플라스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기 위한 정신 집중은 물론 부주의로 인한 실수를 없애주는 역할도 한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호텔에 견학을 간 적이 있다. 한 외국인 세프가 혼자 그날 판매할 수프와 소스를 맛보고, 재료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미비한 부분은 직접 만든 뒤 고객들에게 음식을 내주는 것을 보았다.

아주 오래 전 연회 주방장으로 근무할 때는 미쟝플라스를 못해 아주 크게 혼난 적이 있다. 식사 중간 해산물 파이를 낼 시점에 숫자 확인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으레 잘 준비했겠지 하며 믿었던 탓이었다. 파이가 나가기 직전 숫자가 부족한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파이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급한 대로 만두피를 이용해 구색만 갖춰 제공했다. 혼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후에는 꼭 식사 접시와 요리 준비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요즘 조선회사에서 청춘을 바친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로 술렁이고 있다. 배운 기술도 없고 가진 돈도 없다고 신세한탄만 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길다. 그들이 자기 인생을 위해 미쟝플라스를 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삶의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매일 필요하다. 맛있는 수준의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이런 재료들이 놓여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준비 없이 성공은 없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인생 미쟝플라스를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고 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양지머리 능이버섯 울산 부추국수

△재료

양지고기 100g, 당근채, 호박채 각 50g, 지단 10g, 부추 30g, 능이버섯 30g, 멸치육수 200㎖

△만드는 법

①양지머리는 마늘, 대파, 무를 넣고 푹 삶아 가늘게 찢어 놓는다.

②당근, 호박은 얇게 채 썰어 데쳐두고 부추는 살짝 데쳐둔다.

③지단은 황백 지단을 부쳐 채썰어둔다.

④육수는 멸치 육수를 만들고 고기를 삶은 물과 섞어 둔다.

⑤부추국수는 소면 삶는 것과 동일하게 삶아 둔다.

⑥능이버섯은 물에 불린 다음 마늘을 넣고 볶아 둔다.

⑦모든 재료를 그릇에 담아 먹는다. 육수를 따뜻하게 해도 되고 차게 해서 먹어도 가능하다.

※부추국수는 울산 북구 특화상품이다. 부추는 혈액순환에 좋아 몸을 따뜻하게 하며 빈혈에 좋은 비타민의 보고(寶庫)다. 능이버섯은 골다공증과 중풍 예방, 다이어트에 좋은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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