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휘호로 써주기도…“지혜와 유연성 상징”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자신의 신념을 대표하는 말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거듭 꼽았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저는 아마추어 서예가인데 자주 연습하는 문구가 상선약수”라고 소개했다.

상선약수는 ‘최고의 덕목은 물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

반 총장은 “물은 지혜와 유연성, ’소프트 파워‘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며 “아시아는 이런 귀중한 덕목을 실현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선약수는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얘기하며 언급됐지만, 이전에도 그가 여러 차례 개인적인 ‘신조’로 강조해 온 사자성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8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휘호로 써서 선물했고, 지난해 말 미국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를 거론하며 ‘물은 강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부각된 상황에서 ‘물처럼 유연한’ 자신의 리더십을 은연중 부각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애국주의가 필요하다. 저는 뼛속까지 한국인(I am korean through and through)이자 활발한 세계시민”이라며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부각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세간의 예상보다 강력한 ‘대권 메시지’를 내놓은 다음날이라 반 총장의 이날 행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한층 증폭됐다.

제주포럼 개회식,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면담, 포럼 주요 참석자들과의 오찬 등 반 총장의 일정마다 취재진이 몰려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다.

그는 전날 발언에 따른 여론의 높은 관심에도 담담한 태도로 포럼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반 총장은 황 총리와의 면담이 끝나고 컨벤션센터를 빠져나가던 중 중학생들이 사인을 요청하자 가던 길을 돌아와 사인하고, 취재진에게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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