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년 최초 동전 해동통보 발행
한은 울산본부 화폐전시실 운영

▲ 김윤겸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활동을 한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 등을 통해 경제의 순환에 참여하는 가운데 가계는 노동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그 임금의 일부를 국가에 세금으로 납부하고 남는 소득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은행에 저축한다. 이러한 일련의 경제활동 과정에서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바로 돈, 즉 화폐이며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화폐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교환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는 멀리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민족은 구석기 시대부터 만주와 한반도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화폐가 등장하게 된 것은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서다. 농경이 점차 발달하면서 남는 생산물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물물교환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교환의 매개체로 화폐의 시초인 물품화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물품화폐로는 곡물, 직물, 피혁, 소금 등이 사용됐다. 그러나 물품화폐는 장기간 보관할 경우 변질 등으로 그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물품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금속화폐가 청동기 및 철기문화와 함께 등장했다. 특히 고조선 시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인 자모전(子母錢)이 주조되었다는 일부 기록이 있고,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운데 금속화폐가 곳곳에서 사용됐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춘추전국시대의 포전(布錢), 도전(刀錢) 등을 들 수 있다. 포전은 농기구를 본떠 만들었으며 특히 발이 둘로 갈라진 모양은 쟁기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도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칼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렵 및 어로 도구를 모방한 것이다. 이처럼 초기 금속화폐는 당시의 주요산업이던 농업, 수렵, 어업의 도구를 모방하고 있으며, 이는 물자가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물품화폐가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주로 사용됐는데 삼한시대, 삼국시대를 거치며 고려시대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됐다. 물품화폐의 폐해가 지속되자 주화 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결과 1101년(숙종 6년)에 은병(銀甁)이 최초로 발행됐으며, 이듬해인 1102년에는 동전인 해동통보(海東通寶)가 발행됐다.

은병은 은 1근으로 우리나라 지형을 본뜬 병의 형태로 주조됐는데 그 가치가 매우 높아 고액화폐로 상류층에서 통용됐다. 그러나 점차 구리가 많이 함유된 위조 은병들이 유통됨에 따라 악화(惡貨)로 변질돼 1408년(조선 태종 8년)에 유통이 금지됐다. 한편 우리나라의 최초의 동전(銅錢)인 해동통보의 경우 은병과 달리 소액화폐로 널리 유통되었는데 이 또한 화폐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기능을 상실, 종전처럼 물품화폐가 주요 교환수단으로 사용됐다.

이후 조선시대에도 물품화폐는 계속 사용됐으나 조정에서는 저화(楮貨), 동전 등의 유통을 확대하면서 화폐의 액면이 소재가치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명목화폐를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중 저화는 닥나무 껍질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지폐로 조선 초기인 1401년(태종 1년)에 발행됐으며, 조선후기인 1678년(숙종 4년)에는 우리나라 화폐사상 최초로 전국적으로 유통된 화폐인 상평통보(常平通寶)가 발행됐다.

하지만 물품화폐가 실물 생산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명목화폐는 상대적으로 제조비가 낮아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후기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중건, 군비조달 등의 경비 충당을 위해 당백전을 대량으로 주조하도록 했는데, 당백전은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당일전과 비교해 실질가치가 5~6배에 불과했으나 명목가치는 100배로 부풀려졌다. 이후에도 대한제국,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화폐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왔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2007년 2월에 화폐전시실을 개장했으며 고대에서 오늘날까지 다양한 시대별 화폐를 전시하고 있다. 매일 화폐를 사용하면서도 막상 그 화폐의 역사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화폐전시실을 둘러보며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화폐가 이처럼 긴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김윤겸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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