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 숨지기 직전 숨 헐떡여…검찰 “알고도 구호조치 안했다”

7살 신원영 군을 수개월 간 화장실에 가둬 놓고 락스 학대·찬물 세례를 해 끝내 숨지게 한뒤 시신을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가 첫 공판에서 “죽을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27일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살인·사체유기·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8)씨는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 평소와 상태가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못 느꼈다”고 답변했다.

함께 기소된 친부 신모(38)씨 또한 “그런 것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신군이 숨지기 직전에 숨을 헐떡이는 ‘체인스톡호흡(Cheyne-Stokes)’ 증상을 이들 부부가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점에 미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첫 공판에서는 쟁점이 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 인정 여부를 두고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한 것으로 나뉘는데, 작위는 ‘직접적 타격 행위’(원인)가 있는 것을 말하고, 부작위는 간접적인 타격(학대 등) 행위 이후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검찰은 숨진 원영이의 부검 결과 이마에 5cm가량 찢어진 상처, 쇄골과 갈비뼈 골절, 전신 화상 등 부상이 있었으며, 영양실조로 인해 키 112.5cm, 몸무게 15.3kg의 기아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원영이에게 락스를 뿌리고 찬물을 퍼부어 학대해 방치, 상태가 심각한데도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미필적 고의에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국선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한다. 다만, 법리적으로 부작위 살인죄 적용은 잘 판단해달라”며 “피고인은 아이가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국선변호인도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이 자체(피해자의 사망)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살인의 고의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씨와 신씨는 각각 녹색,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서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말하자 이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100여 석의 방청석은 유가족,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평택 안중·포승 지역 맘카페 회원들로 가득찼다.

계모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간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둬놓고 락스를 뿌리는 등 학대를 해오다가 2월 1일 오후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원영이의 옷을 벗기고 찬물을 부어 방치해 다음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부 신씨는 김씨의 학대행위를 알면서도 아동학대로 처벌받게 될 것을 우려해 원영이를 보호하지 않은 채 방관하다가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부부는 원영이의 시신을 베란다에 10일 간 방치했다가 2월 12일 오후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2차 재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1시 30분에 열린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