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일명 신해철법)을 두고, 의료계가 연일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의료분쟁 조정 개시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해철법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해철법은 신청인(환자, 보호자 등)의 조정신청이 있는 경우 피신청인(의사, 병원 등)의 절차참여 동의와 관계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이로 인해 의사의 진료 의지를 떨어뜨리고, 환자와의 갈등은 오히려 증폭됨으로써 실제 진료현장에서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악법”이라며 “의료인 입장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 직업수행의 자유, 의료인의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29일 밝혔다.

신해철법은 조정절차 자동개시 사유를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등급 1등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결국 분쟁신청이 급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병협은 “때로는 의료인의 과실이 없음에도, 예기치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사실은 간과된 채 의료인과 병원이 그릇된 제도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고난도 치료를 자주 해야 하는 진료과를 언급하며 “불필요한 소송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려고 사망, 중상해가 예견되는 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게 된다면 그 피해와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이번 법안은 인과관계가 뚜렷한 의료사고였던 고(故) 신해철 씨 사망사건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해철 씨 사망사건은 인과관계가 명확해서 형사 고소, 민사소송 순으로 진행됐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 왜 이 법이 신해철법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소비자 단체와 환자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사망 또는 중상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송이 아닌 분쟁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문화를 정립하는데 신해철법이 기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5년 총 1천691건의 조정신청이 들어왔으며, 실제 의사, 병원 등 피신청인의 동의를 얻어 조정절차가 개시된 사건은 735건(43.5%)이었다.

치료결과별 조정 개시율을 보자면 치료 중(47.3%), 치료종결(39.8%), 장애(38.3%), 사망(37.5%) 순이었다.

즉, 사망, 장애와 같은 치료결과가 심각할수록 그동안 의료진 동의 아래 분쟁조정 자체를 열기가 쉽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앞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법에 따라 자동 개시된 사망 또는 일부 중상해 의료사고 사건을 신속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연합회는 “특히 조정절차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의료인과 의료사고 피해자 모두가 조정결과에 만족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전문성을 더 높이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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