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안전운항 활동 소개…‘엔진 화재’ 사태로 빛바래

 “머리 숙여! 벨트 풀어! 짐 버려!”

지난 27일 오전 9시께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인근의 객실훈련센터. 비상탈출 지휘 훈련 중인 승무원들의 우렁찬 고함이 훈련장을 울렸다.

신입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활동 중인 승무원들이었지만, 매년 이 훈련을 받아 기준을 통과해야 해 신입만큼이나 긴장한 듯 보였다.

승무원들은 항공기 기종별로 객실 일부를 본떠 만들어 놓은 훈련장에서 마치 실제 상황인 듯 진지한 얼굴로 탈출 지휘 구호를 외쳤다. 비상 상황인 만큼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승객에게도 경어를 쓰지 않는다.

지휘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처음 들었을 때는 몸이 움찔할 정도였고 훈련이 끝난 뒤에는 박수가 절로 쳐졌다.

이후에는 항공기가 육지에 비상 착륙하는 경우와 바다에 착수하는 상황을 가정해 탈출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착수 훈련은 물을 채운 수영장에서 진행됐다.

당황하고 겁에 질린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신속하게 탈출을 유도하는 일이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처럼 보였다.

승무원들은 이밖에 기내에 화재가 발생했거나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과 항공기가 납치됐거나 기내 난동이 벌어졌을 때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실습했다.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ㄷ’ 자 모양인 대한항공 본사 건물 중심으로 이동하니 항공기 격납고가 나타났다. 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인 격납고는 대략 축구 경기장 2개를 합친 규모다.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기체와 엔진, 각종 장비와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개조하는 등 항공기의 전체적인 상태를 관리·점검하는 작업이 24시간 진행된다.

이날은 보잉 737기(B737-900)에 대한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항공기는 5천500 사이클(항공기가 한번 뜨고 내리면 1 사이클)을 기록했거나 정비 후 2년이 지나면 재정비를 받아야 한다. 보잉 737기는 2004년 도입돼 이번이 6번째 정비이며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15일간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항공기 운항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종합통제센터였다.

운항, 탑재, 기상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 140여명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통제센터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는 전 세계 대륙 및 우주의 기상 데이터,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의 위치 및 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통제센터는 항공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항공기에 실시간 제공해 안전운항하도록 돕는다. 비정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부문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최적 운항을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안전운항 시스템과 활동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면서 “지속해서 노력한 결과 항공안전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안전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때는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대한항공기가 이륙 전 엔진에 불이 나 승객들이 비상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비상 매뉴얼에 따른 기장의 판단과 승무원들의 대처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없었고 화재 원인이 항공기 자체 결함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준 높은 안전성을 자신 있게 내세운 이날 행사가 다소 무색해졌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