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사회문화팀

올해 고래축제에서는 창작 악극 ‘장생포’가 두 차례에 걸쳐 공연됐다. 지난해에도 선보였던 공연이지만 올해 처음 봤다. 그런데 공연의 줄거리를 앞서 예측할 수 있었다. 데자뷔(deja vu) 현상이라도 겪은 것일까.

지난해 울산 중구문화의전당에서 창작 악극 ‘종갓집 맏며느리’를 제작해 공연했는데 닮아도 너무 닮은 공연이었다. ‘종갓집 맏며느리’는 중구로, ‘장생포’는 남구로 시집온 여자가 각각 주인공이다. 그의 남편은 노름으로 빚을 얻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여주인공이 갖은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고생을 하다 여주인공이 유산을 한다는 설정과 미쳐버린다는 설정까지 똑같았다.

악극은 원래 극의 흐름이 비슷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사, 노래, 무대세트까지 같은 악극은 처음이다.

표절은 아니다. 두 작품의 극본·연출이 동일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악극 ‘종갓집 맏며느리’ 공연 당시 감독은 연출료를 받지 않고 제작에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런티를 받지 않았고, 타인의 작품이 아닌 본인의 작품을 일부 수정해 무대에 올렸다.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같은 공연을 다른 제목으로 두 번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공연 연출자는 그리 많지 않다. 눈에 띄는 연출자가 ‘한 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시 지원금을 받아 제작되는 대형 공연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나온다. 3·1절 기념 공연부터 장미축제 주제공연에 이어 1년 동안 다양한 공연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도 인간이니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힘들다. 이 사태를 극복하고, 지역 창작공연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연 연출자 육성이 시급하다.

울산시에서는 신진예술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매년 무용인, 전통예술가, 음악인, 연극인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4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지만 공연 연출자에 대한 지원은 한 차례도 없었다. 지원자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민이 지역창작 공연에서 완전히 등을 돌려버리기 전에 공연기획·연출자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석현주 사회문화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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