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규 서울산보람병원 소아내분비 전문의가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춘기 시작 시기나 초경 연령이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경우에 따라 또래와 조금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성장이 너무 빠른 경우라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하기 때문에 최종 신장이 작아질 수도 있다. 최종 신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성장속도가 정상인지 주기적으로 신장과 체중을 측정해 보고, 사춘기가 이른 나이에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 8~9세 미만에서 사춘기 나타나
골 연령 측정·호르몬 검사로 진단
사춘기 진행 억제하는 약제 투여
만 10세 이전 치료 시작해야 효과
음식 조절·운동 등 생활습관 중요

◇사춘기와 성조숙증

사춘기는 소아에서 성인으로 커가면서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다. 키가 갑자기 자라면서 2차 성징도 나타난다.

박홍규 서울산보람병원 소아내분비 전문의에 따르면 “사춘기가 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아의 경우에는 만 10~11세(주로 초등학교 4학년 시기) 사이에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피하지방이 많아지며 키의 급성장이 나타난다. 초경은 주로 만 12~13세 사이에 시작된다. 남자 아이의 경우에는 만 12~13세 사이에 고환과 음경이 커지기 시작하며 빠르게 성장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만 8세 미만의 여아에서, 만 9세 미만의 남아에서 사춘기가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박 전문의는 “식습관과 생활환경의 변화로 최근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사춘기 시기의 아이를 둔 부모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어린이는 2006년 6400여명에서 2013년 6만6000여명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의 원인과 증상

성조숙증은 보통 여아에서는 가슴의 발달을 통해, 남아에서는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경우에 확인할 수 있고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기질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는 ‘병적인 요인’과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으로 분류된다.

박 전문의는 “병적인 요인으로는 뇌종양이나 외상, 난소의 종양 등이 원인이 되며, 최근에 많이 증가하고 있는 성조숙증은 대부분 특발성이어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다만 환경적인 요인으로 식품의 과다섭취, 환경호르몬, 시각적인 자극, 스트레스 등이 성조숙증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 진단과 함께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 연령(뼈 나이) 측정과 호르몬 검사다.

◇성조숙증의 치료

성조숙증의 치료는 사춘기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4주 간격으로 주사로 투여한다.

박 전문의는 “치료를 시작하면 수 주 이내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해 여자 아이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기도 하며, 남자 아이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한다. 치료 중에는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감소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최종 키는 더 클 수 있다”면서 “정상적인 뼈 나이와 실제 나이가 같아질 때까지 지속하며 보통 2~4년 정도 치료한다. 여자 아이는 만 9세 이전, 남자 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의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치료를 중단하면 약 3~6개월 이후 다시 사춘기가 진행돼 2차 성징이 다시 나타난다. 부작용을 걱정해서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박 전문의는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는 세계적으로 성조숙증의 치료에 이용되는 약물로 성조숙증 치료에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성조숙증의 예방

성조숙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박 전문의는 “성조숙증은 비만과 관련이 있으므로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을 하게 되면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을 자극하는데 도움이 된다. 줄넘기와 스트레칭 등을 적어도 1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고, 한 번 운동할 때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또 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몸 안의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돼 멜라토닌의 성호르몬 억제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성장호르몬의 분비에도 방해가 되므로 밤 9시 이후에는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의 사춘기 발현이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자주 대화를 나눠 아이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박 전문의는 “성조숙증이 있으면 또래보다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므로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호르몬의 조기 분비로 인해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판이 일찍 닫히게 돼 최종적으로는 키가 작아지게 된다. 치료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에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소아내분비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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