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서핑

▲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서퍼들.부산 해운대구·송정 서프홀릭 제공

기다림의 묘미를 아는가.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설렘, 깊은밤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외로움, 고백 문자를 보낸 직후의 떨림….

서핑도 기다림의 스포츠다. 기다림의 끝에 파도를 만날 수 있다.
대자연 속에서, 그것도 바다의 한 가운데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를 기다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느낀다.
육지에서 매일 반복되는 걱정 많은 일상.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한채 밀린 업무에 쫓겨 하루종일 두드리는 컴퓨터 자판.
하지만 바다 위에선 걱정도 고민도 없다. 단지 내 몸과 보드만 존재한다.
오로지 보드 하나에 몸을 맡긴채 파도를 기다린다.
오늘은 어떤 파도가 나를 만나러 올지 기다려진다.

넘실거리는 파도 혹은 휘몰아치는 파도를 만나는 순간 그 느낌은 서핑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가 없다.
이 세상에 혼자 존재하는 기분. 파도가 허락해 줄까 하는 걱정과 함께 파도를 넘어서는 그 순간 꿈꿔왔던 넓은 세상을 만난다.

바다는 오래도록 지켜봐도 언제나 반갑다.
파도는 오랜 기다림을 이겨낸 사람에게 더 큰 선물을 준다.
서핑은 바다와 인간이 서로 배려할 때 절정을 이루는 스포츠다.
고요한 바다, 거친 바다 어디든 좋다. 파도 없는 날엔 둥둥 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바다와 친해지는 시간.
수심이 얕은 곳이든 깊은 곳이든 그저 바다에 몸을 맡긴채 파도의 하모니를 느껴본다.
거친 파도를 만나는 날엔 파도에 휩쓸리고, 암초에 부딪혀 죽을 고비를 넘겨도 다시 일어선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맞을 때 살아있음을 또 한번 느낀다.

▲ 숏보드를 들고 있는 서퍼들.

크고 작은 파도에 따뜻한 해수…서퍼들 몰린다
남풍·북풍 영향받는 파도 강점
해변 인근 음식점·카페 등 즐비
연합회 가입된 강습소도 11곳
9월엔 국제서핑페스티벌 열려

해수욕장에 벌써부터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연일 높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개장하기도 전에 바닷가에서 열기를 식히고 있다.

대한민국의 해수욕장을 떠올리면 단연 ‘부산’이 으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송정해수욕장’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바다 위에서 즐기는 짜릿한 해양스포츠 ‘서핑(surfing)’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서핑을 해?’ 이 물음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말이다.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부산과 제주, 강원도 양양 등 곳곳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최적의 바람과 파도, 수심을 자랑하는 송정해수욕장은 전국적인 서핑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서퍼. 부산 해운대구 제공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항상 북적거리지도 않고 부산 바다를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은빛 모래의 백사장과 함께 맑은 바닷물은 사계절 내내 푸른 바다를 보여준다. 많은 서퍼들이 송정을 국내 최적의 서핑 장소라고 손꼽는 이유다.

송정해수욕장의 한 서핑 강습소 관계자는 서핑 전도사다.

“5월 한 달에만 1000명의 수강생을 받을 만큼 송정은 사계절 관계 없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서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파도인데 송정은 동해와 남해가 맞닿는 곳이다. 남풍과 북풍의 영향을 모두 받아 그만큼 파도가 좋다”고 자랑했다.

특히 초·중급자들이 즐길 수 있는 파도로는 송정이 전국 최고라면서, 작은 파도까지 만날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 송정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자세와 요령, 안전 교육 등을 받는 장면. 송정 서프홀릭 제공

그는 이어 “겨울철에 강원도나 서해안은 수온이 4~7℃ 사이지만 송정은 11~13℃선까지 오른다. 정수기의 차가운 물이 7℃ 정도니 송정해수욕장 수온이 얼마나 따뜻한 지 알 수 있다. 바닷물이 따뜻한 것도 큰 강점이다”고 덧붙였다.

송정해수욕장에서는 10m 이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다른 해수욕장에서 서핑을 하려면 대개 무거운 보드를 들고 해수욕장까지 걸어야 한다. 그만큼 주차시설이 열악하다. 하지만 송정은 넓은 주차공간이 구비돼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 또 각종 음식점, 카페 등이 즐비해 서핑과 함께 또다른 여유도 누릴 수 있다.

서핑은 보드를 이용해 균형을 잡아가며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해양 스포츠다. 보드와 파도만을 이용하는 만큼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인기를 끌던 서핑은 1990대 초반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보드라는 장비를 이용해 해양에서 스포츠를 즐긴다는 건 생소했다. 꾸준히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주목을 받았다.

송정해수욕장을 비롯해 강원도 등의 해변에 서핑 동호인이 몰려든 건 불과 4~5년 전부터다. 그 후 국내 서핑 인구는 7만명에 가까워졌다.

송정해수욕장에는 다양한 서핑 강습소가 있다. 서핑을 하지 못하면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핑연합회에 가입된 송정해수욕장 서핑 강습소는 총 11곳. 서핑 강습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1회 6만5000원, 5회 24만원 정도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3~5회 정도 수업을 들으면 혼자 타는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서핑은 보드 하나만 있으면 물 위에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래사장에서 먼저 30분 정도 자세와 요령, 안전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사전 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패들링(Paddling). 손으로 하는 노 젓기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보드를 타고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할 때 꼭 필요한 동작 중 하나다. 보드 위에 엎드린 상태로 가능한 몸체는 움직이지 않고 팔만 앞뒤로 움직이면 된다. 초보자도 2~3시간 기초기술만 익히면 충분히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영을 못하는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초보자들의 강습은 허리에서 가슴 깊이까지 오는 수심에서 이뤄지기에 물이 무서운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서핑보드에는 ‘리쉬’라고 하는 다리와 보드를 연결하는 줄이 있다. 물에 빠지더라도 언제든 줄을 당겨 보드 위로 올라가면 되고, 전문코치들이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송정해수욕장 하면 서핑 대회인 ‘해운대구청장배 부산국제서핑페스티벌’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국제서핑페스티벌은 매년 9월 초중순에 개최되며 지난해 10회 행사를 치렀다. 지난해 국제서핑페스티벌에는 총 700여명이 참가해 그 인기를 반영했다. 올해도 오는 9월 11~13일(추후 확정)에 열릴 예정이다.

올 여름 반짝이는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그 스릴을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다면 당장 송정해수욕장으로 떠나보자.

정다은 수습기자 ksdaeu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