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와 유속 증가로 훼손 가속화
과학적 근거에 입각, 대책 세워야

▲ 조홍제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지난 3년동안 반구대암각화 보존안으로 추진되어 왔었던 카이네틱 댐(가변형 투명 물막이)이 결국 최종 누수실험에서 실패로 끝났다. 카이네틱 댐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부터 필자는 누수와 구조물의 안전성 문제로 절대 성립될 수 없다고 문화재청과 울산시에,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수도 없이 얘기했었는데, 3년이라는 시간과 28억원의 예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서야 이 허황된 안이 겨우 포기가 되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암각화 보존과 물문제에 대한 십수년에 걸친 논쟁이 원점으로 돌아가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암각화는 높이 53~57m, 폭 10m에 대부분 위치해 있는데, 지난 십수년 동안 문화재청과 일부 문화계 인사들은 사연댐의 만수위를 60m에서 52m로 낮춰 물밖으로만 드러내면 완벽한 보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암각화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과연 알고 하는 주장인지 되묻고 싶다. 필자는 여기서 문화재청에서 그동안 주장해온 수위조절안이 결코 암각화보존 방안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훼손을 촉진하는 안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2003년 울산시의 ‘반구대암각화 보존 방안 연구’에 참여하였던 독일 아헨대 석조문화재연구소의 B.Fitner 교수 등은 2004년 ‘한국 울산의 반구대암각화의 풍화 손상도’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인 ‘Environmental Geology’에 게재했다. 이 연구를 위해서 암각화면을 0.3m 간격으로 186곳에 대해 초음파검사 및 슈미터해머(콘크리트 강도측정기기) 타격으로 강도를 측정하여 풍화 손상도를 결정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대단히 심각한 손상’으로 평가됐다. 흙이 되기 직전 암석으로서의 한계치가 5.0인데, 암각화의 상부와 항상 수분을 함유하고 토사가 덮인 부분은 4.5, 그리고 물과 접촉이 빈번한 하부(평균높이 0.83m)는 4.9로 나타났던 것이다.

또한 2013년 울산시는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해 수위조절안과 생태제방안 등에 대한 수리모형실험을 시행한 바 있다. 수위조절안은 2년빈도 홍수시 즉,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암각화 앞의 유속이 수위조절 전보다 약 10배(초속 0.3~3.0m) 빨라지고, 물의 흐름방향도 암각화쪽으로 쏠려 부유물들에 의한 충격으로 훼손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암각화 주변 바위는 항상 젖어있는 것과 유사한 상태로 있게 된다.

이처럼 수위를 낮추는 것은 암의 풍화상태와 유속의 증가로 인해 암각화를 급격히 훼손시킬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홍수시에도 암각화가 물에 닿지 않고 모세관 현상의 영향이 없도록, 사연댐의 수위를 확 낮추면 되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연댐의 물을 천상정수장으로 보내는 취수구가 50m에 위치해 있어, 52m 아래로 더 낮추는 것은 댐을 완전히 없애는 것과 같다. 암각화보존을 위해서는 과거 자연상태의 조건을 유지시키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울산시에서 제안했던 생태제방안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생태제방안은 암각화상류에 위치한 지천인 반곡천 입구에서 현 전망대 부근을 지나 암각화 하류 약 200m 지점까지 약 440m의 제방을 축조하고, 물길은 전망대 뒤로 수로를 개설하는 것이다. 생태제방안은 암각화보존뿐만 아니라 사연댐의 소중한 물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의 안이며, 수위조절시 운문댐 물을 가져오거나 대암댐 물 식수전환에 필요한 수천억원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단지 문화재청을 비롯한 일부에서 주변 지형을 변경하게 되는 생태제방은 유네스코 등재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이 있었으나 최근 문화재청장이 이에 대해 유네스코에 문의하기로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지난 십수년 동안 유네스코 등재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정작 암각화 보존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해 훼손을 가중시켜온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수위조절안은 암각화를 더 훼손시키는 지름길이므로 보존안이 결코 될 수 없으며, 암각화보존 대책은 명백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수립해야 한다.

조홍제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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