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허브사업 단기적 평가 일러
장기적 생산·고용유발효과 기대
석대법 통과로 사업 궤도 올려야

▲ 이채익 국회의원(울산남갑)

불과 50년 전 우리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제품을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허허벌판이었던 울산에 석유화학 공장과 자동차 공장을 만들고 바다를 메워 조선소를 건설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동북아시아의 오일허브’라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오일허브 사업은 세계 주요항로 지역에 상업용 탱크터미널을 구축해 원유제품의 저장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석유물류 및 금융거래사업을 말한다. 막대한 규모의 석유거래를 바탕으로 정제와 가공 등 기존의 석유산업과 물류 금융 등 서비스 사업이 융복합되면서 동반성장하는 에너지 분야 ‘창조경제형’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오일허브는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 동북아 물류중심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과 2008년 오일허브 구축을 위한 계획 수립과 사업성 분석을 거쳐, 13년이라는 오랜 연구와 검토 끝에 울산과 여수에서 본격 사업이 진행됐다. 울산은 현재 북항(990만 배럴) 매립공사가 50%이상 진행됐고 2018년에는 본격적인 상업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남항(1850만 배럴)사업도 2018년이면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첫째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이고, 두 번째는 재정상태가 악화된 석유공사의 투자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원유가격 하락 등의 단기적인 원인으로 지난 16년 동안 추진돼온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자체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원유가격은 항상 등락을 거듭해 왔으며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는 단기적 전망으로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재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09년 KDI의 예비타당성 검토 보고서에도 사업성은 충분히 검토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도 사업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시기를 조절하라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재무건전성이 문제가 된다면 투자지분을 조정하든지 제3의 투자자를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규모 국책사업이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단순한 석유저장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동북아 석유 거래·물류·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국책사업이자 핵심 국정과제다. 그렇다면 이에 맞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6년 동안 준비해온 국책사업이 떠내려 갈 수도 있다. 최근 울산경제는 3대 주력산업이 침체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부진과 겹쳐 충격에 빠져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오일허브와 같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석유자원의 확보와 더불어 지역의 제조 건설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2040년까지 약 6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20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특히 트레이더(석유중개인) 유치를 위한 선결과제로서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를 허용하는 석대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2013년부터 상업운영을 개시한 여수의 경우 막대한 예산을 들여 혼합제조시설을 갖추어 놓고도 활용하지 못해 연간 400억원에 이르는 기대이익을 잃어버리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이다. 울산은 지정학적 위치와 역내 석유시장의 성장가능성으로 볼 때 오일허브사업에 있어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힘을 모아 반드시 석대법을 통과시켜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채익 국회의원(울산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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