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

▲ 만프레드 스파니욜(Manfred Spaniol) 음악감독이 우파 파브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남부에 위치한 우파 파브릭(Ufa Fabrik)은 폐허로 방치됐던 영화 촬영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꿨다.

‘Ufa’는 영화사의 이름이고 ‘Fabrik’은 공장으로 ‘영화공장’이라는 뜻이다. 1920년대 영화를 찍고 현상하던 공간이었다. 1965년 폐쇄된 후 방치됐는데 이곳에서 70여 명의 학생들이 공간을 관리·임대하는 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은 문화, 음식, 건강, 생태 관련 그룹을 조직하고 공연장, 게스트하우스, 식당, 어린이놀이터 등을 만들며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이들은 손수 시간과 정성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했고, 1979년 6월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학생 70여명 관리·임대 조합 결성
식당·게스트하우스 등 리모델링
1만8천㎡ 규모 4개 공연장 등 자리
한국 김덕수 사물놀이패도 공연

◇일자리 300여 개 창출

1만8000㎡ 규모의 우파 파브릭에는 4개의 공연장과 체육관, 유기농 빵집과 유기농 식품점, 레지던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어린이 서커스학교, 어린이 동물농장, 공동체 자립센터 등이 있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들이 제각기 역할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건물과 부지는 정부로부터 66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 계약을 맺어 사용하고 있다.

운영 예산의 60%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으며 40%는 자체 충당하고 있다. 유기농 빵이 이곳의 대표적 수익원이다. 매일 2000여개 빵이 생산되며, 직영하는 유기농 가게에서 판매한다.

그밖에 게스트하우스 수입,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 진행비, 각종 공연 프로그램 티켓 판매 등도 주된 수입원이다.

현재 우파 파브릭에 상시 거주하는 사람은 35명이다. 또 우파 파브릭을 통해 일자리 220개가 만들어졌고, 관련한 외부 일자리도 160개가 된다.

▲ 4개의 공연장과 체육관, 유기농빵집과 유기농식품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어린이서커스학교, 어린이동물농장, 공동체자립센터 등을 갖춘 우파 파브릭(Ufa Fabrik)

◇세계 각국과 문화교류 진행

우파 파브릭에서는 1년에 300여건의 공연이 펼쳐지고, 베를린 도심 곳곳에서 이곳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하기도 하는 등 세계 각국과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공연장은 실내공연장 3개와 야외공연장 1개 등 총 4개가 있다.

특히 1920년대 영화사 시절 시사회를 진행하던 공간은 고풍스러운 멋을 그대로 살려 연극과 음악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내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지역민들이 결혼식 등 이벤트를 하는 공간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국제문화센터에는 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 갖춰져 있으며 바로 옆에는 500석이 넘는 야외 공연장이 자리잡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우파 파브릭 내에 있는 공동체자립센터(NUSZ)는 우리나라의 문화센터와 유사하지만 그 범위가 더욱 넓다. 유아와 청소년, 임산부, 노인층 등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합기도, 유도, 요가 등 스포츠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고, 명상, 태교, 성악, 미술, 요리 등의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수업을 듣기 위해서 베를린 전역에서 우파 파브릭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에는 독일 물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크게 한 몫 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진행되는 교육의 한달 수업료가 30유로(한화 4만원)가량 된다고 한다.

이곳의 창립 멤버인 만프레드 스파니욜(Manfred Spaniol)씨는 “이 센터는 전문예술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예술활동에 참여하면서 각자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진행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만프레드 스파니욜 창립멤버·음악감독
“열린 공간에서 지역민과 함께 호흡”

우파 파브릭은 폐허가 된 영화사를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가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연장과 문화예술교육 장소를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놀이터이자, 학습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음은 우파 파브릭의 창립 멤버인 만프레드 스파니욜(사진)씨와의 일문일답.

-창립 멤버로서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는지.

“창립자의 1인으로서 돌이켜보면, 지금 이 공간은 처음에 우리가 꿈꾸던 그런 공간이다. 지금 이 공간에 매우 만족한다.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음악감독인데 이곳에 오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이곳에 온지 벌써 40년이 다 돼 간다. 이전에 나는 마약 중독자를 돕는 일을 했다. 여기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

-우파 파브릭의 지향점은.

“우파 파브릭은 예술과 사회적 공헌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는 공간으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한다. 때문에 예술관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교육,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곳을 찾나.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하기도 하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유토피아적인 이상 철학을 지지하는 인문학자들이나 교육 프로그램들 때문에 찾는 이들도 많다.”

독일 베를린 / 글=석현주기자 hyunju021@·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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