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들의 한자 실력이 해마다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아주 쉬운 한자도 몰라서 교과서를 못읽을 정도라니 한심스럽다. 한자 실력만이 아니라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 실력도 낮아 대학 당국은 내년부터 영어, 수학에 이어 국어 과목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평가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나. 최근 서울대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 기초학력 테스트에서 7.7%의 학생이 30점 이하의 낙제점수를 받았고 이중 수능시험 수리탐구 과목 만점자가 34명이나 된다고 해 충격을 주었는데 정말 심각한 것은 이같은 국어 실력의 저하 문제가 아닌가 한다.  요즘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형편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기야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며 온나라가 영어 배우기 열풍에휩싸여 상대적으로 국어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으니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좋을 리가 없다. 거기에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횡행되는 기형적 글쓰기가 맞춤법 등을 파괴하고 있어 국어는 지금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어 공용어론도 제기되는 판이니 국어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벼랑으로까지 밀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우리는 국립 서울대생들이 교과서를 제대로 못읽을 정도로 한자실력이 낮고 맞춤법도 틀리는 이유는 국어교육이 잘못되었거나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영어·수학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국어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행적으로 실시돼 왔다. 대학생들이 글줄이라도 쓸 수 있게 된 것이 대학입시에서 논술과목이 생기고부터라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지 않는가. 거기에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계속되는 한글전용과 한자혼용의 논쟁도 국어교육의 부실에 크게 한 몫을 했다. 한글전용이 힘을 얻으면서 학생들이 귀찮은 한자 공부를 외면해 대학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이제 국어교육을 충실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입시위주 교육에서부터 탈피해야 겠지만 한자 혼용의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글전용은 좋지만 우리 말과 글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한자 사용을 위한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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