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제어하고 조절하는 노력 필요
분노조절 장애로 인한 난폭운전

▲ 김덕율 울산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사

이제 한낮에는 반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더운 날씨가 됐고, 산에는 온갖 이름 모를 꽃들이 만개했다. 자연스레 가족나들이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도로에서부터 난폭·보복운전으로 힘들어지고 있다.

경찰은 올들어 지난 2월15일부터 3월31일까지 46일간 난폭·보복운전을 집중 단속해 80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혐의가 중한 3명을 구속했다.

앞서 인터넷 국민신문고와 스마트폰 국민제보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경로로 난폭·보복운전 신고 3844건을 접수했다.

적발된 사람들 중 난폭운전자는 301명(구속 1명), 보복운전자는 502명(구속 2명)이다.

난폭운전자들의 법규 위반 유형은 차선을 마구 변경하는 등 진로변경 방법 위반이 125명(42.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앙선 침범 59명(20.2%), 신호위반 39명(13.3%) 순이었다.

난폭운전의 동기는 개인적인 급한 용무가 123명(42.1%), 평소 운전습관이 29명(10%)이었다.

보복운전의 경우 다른 차량 앞에서 갑자기 멈춰서거나 속도를 줄인 경우가 209명(41.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차량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바짝 붙는 행위가 97명(19.2%), 폭행이나 욕설이 85명(17.0%)으로 뒤를 이었다.

보복운전의 원인으로는 다른 차량의 급격한 진로 변경에 화가 난 경우가 163명(32.4%),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가 114명(22.6%)으로 절반 이상을 치지했다. 이밖에 끼어들기나 서행운전에 대한 불만이 각각 90명(18%)과 82명(16.4%)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음에도 난폭·보복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폭 운전의 원인으로는 분노 조절 장애를 들 수 있다.

사람은 분노가 쌓이면 이를 적절하게 해소해 줘야 하는데 분노해소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운전을 이런 분노표출 수단으로 이용한다.

특히 평소 남에게 싫은 소리나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운전을 하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참고 억누르고 있던 화가 제3자에게 폭발하는 셈이다.

자동차의 익명성과 개인성도 난폭운전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지는 개인적인 공간인 자동차 안에서는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해 제멋대로 속도를 내거나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평소에는 하지 못할 폭력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평소의 열등감이나 패배감, 경쟁심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차량이 끼어들기를 하거나 자신을 추월하면 영역을 침범당하거나 방해 받았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적대감이 생기고, 다른 차량에 역으로 끼어들고 추월하는 난폭운전을 하는 것이다.

운전자의 폭력적인 정도에는 차이가 나타나지만 대개 난폭 운전은 운전자가 감정조절에 실패했을때 나타난다. 때문에 난폭운전자는 올바른 감정 조절 방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의도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강압적으로라도 스스로 화를 제어하고 조절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한편 경찰은 형사 입건 여부와 상관없이 교통 관련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운전자에게 자가진단 질문지도 작성하게 해 난폭·보복운전 성향을 측정하고, 위험도가 높은 운전자는 전문 기관에 심리상담을 안내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덕율 울산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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