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경상일보사가 개최하는 울산지역 최대의 국제미술행사인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16)가 오는 10일 태화강대공원에서 개막한다. 전시기간은 오는 19일까지 총 열흘간으로, 봄꽃 대향연이 펼쳐졌던 장소는 초여름을 지나면서 도심 속 거대한 야외 미술전시장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예고한다.

개막일까지는 나흘 남았지만 태화강 둔치에서 설치작업은 지난 주 시작됐다.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할 외국인 작가들이 작업기간을 고려해 서둘러 입국했기 때문이다. 6일부터는 대부분의 설치작업이 동시다발로 이어진다. 전국 곳곳의 설치작가들이 몰려 와 밤낮 가리지 않고 사전에 약속된 포인트에 자신의 작품을 세우는 작업에 몰두한다.

미술관 전시와 달리 설치미술제는 전시공간이 외부에 노출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실내전시는 개막식 당일 내빈들의 카운트다운이나 테이프커팅까지 지켜 본 이후에나 작품을 공개하지만 설치미술제는 작품이 놓일 장소성과 작품과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작가나 관람객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오롯이 노출된다.

그 시각, 우연찮게 지나가게 된다면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시민 누구나 울산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미술축제의 관람객이 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완성작이 아닌, 미완의 설치작품을 사전에 감상하고 평가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작가와의 대화도 가능하다. 관객과의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설치미술의 또 다른 특성 때문이다. 멀리서 온 설치작가는 미처 가늠하지 못한 행인의 동선과 관객의 시선을 고려해 작품의 배치나 좌우방향, 또는 디테일한 색상과 오브제를 현장에서 바꾸기도 한다.

여기서 팁 하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설치미술을 좀 더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미술 중에서도 가장 복잡다단한 설치미술은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만큼 관람객의 해석 또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도대체 이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지?’ 하는 관람객의 궁금증만큼 작가 또한 ‘내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등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작가와의 대화를 조금이라도 오래 끌고가려면 ‘이것은 뭐예요?’ ‘왜 이렇게 만들었나요?’ 등의 질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작품 너머 보이는 실제 풍경이 액자 속 그림처럼 느껴져요’라든지, ‘멀리서도 눈에 띄는 색상이라 눈길이 오래 머문다’든지 ‘밤과 낮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 다른 작품을 보는 것 같다’ 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들려줘도 무방하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올해로 10돌을 맞는다. ‘설치미술’이라는 용어 자체를 낯설어하던 시민들도 달라지고 있다. 어느 여성단체에서는 개막 일정에 맞춰 단체관람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전문적인 해설을 들려 줄 큐레이터 섭외를 문의하기도 한다. 그 흔한 아트페어, 비엔날레, 미술관 하나 없는 울산에서 지난 10년 간 선구적 미술제를 어렵사리 지켜온 효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오늘 저녁에도 태화강대공원 산책길에서 그 기운을 확인할 수 있다.

홍영진 사회문화팀 차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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