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국내외 작가·도시공학자 등 전문가 4인 종합토론
도시재생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비중 논의

경상일보가 주최하는 ‘2016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16) 일환으로 도시재생과 문화예술, 그 속에서 차지하는 미술의 역할론에 대해 토론하는 심포지엄이 9일 오후 4~6시 울산 중구문화의전당 어울마루(지하 강당)에서 열린다.

‘도시, 미술 그리고 환경’을 주제로 평론, 국내외 미술작가, 도시공학 등 각 분야 4명의 전문가들이 차례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발제자와 참가자들이 관련 주제를 놓고 종합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TEAF 2016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련될 이날 심포지엄의 발제자와 발표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

 

울산 부가가치 높이는새 문화관광산업으로
◇예술을 통한 도시발전 사례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의의(하계훈)

▲ 하계훈

상업과 공업의 발전은 풍요를 불러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 후기산업사회로 들어선 오늘날의 도시에서는 과거 공업화의 상징이었던 환경과 그 환경 속의 중요한 랜드 마크가 용도 폐기되기도 하고 심지어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크건 작건 도시의 젖줄로서 강을 끼고 성장해왔으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의 변화에 맞춰 그들이 가진 수자원인 강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 스페인 빌바오, 프랑스 파리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공간의 재탄생을 유도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태화강이라는 풍부한 공업용수를 바탕으로 산업사회를 거쳐오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울산 또한 공업도시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정보화사회에 부응하는 문화적인 도시재생 작업을 체계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울산시의 환경개선과 시민문화의식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문화관광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계훈(미술평론가)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 고려대 영문과·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런던시티대 예술정책대학원 박물관미술관경영학 전공

21C 울산의 지향점...느린 예술 산업도시
◇예술을 통한 도시발전, 도시이미지 구축과 도시마케팅(강동진)

▲ 강동진

울산은 그 동안 무척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려온 도시다. 이제부터 울산은 ‘느린 예술 산업도시’를 지향하면 좋겠다. 예술을 통해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천천히 알려주고, 울산다운 혹은 울산만의 예술활동을 통해 울산이 신개념의 미래 산업도시로 나아가야한다는 의미다.

‘천천히, 최대한 느리게, 그리고 점진적으로’라는 슬로건 속에서 울산의 산업사와 예술문화를 하나의 융합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다면 울산은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풍요로움과 품격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최대 의의는 이 같은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미술행사라는 데 있다.

◇강동진(경성대 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전공, 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 한국도시설계학회 이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이사

예술가의 고뇌와 성찰...시민에겐 희망과 위로
◇세상을 움직이는 미술의 힘, 작가적 고민과 성찰(존 사사키)

▲ 존 사사키

내 작업의 화두는 ‘고뇌(Agony)’다. 거기에는 절박함이 있다. 나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예술을 사랑한다. 고뇌는 또 불안감을 동반한다. 우리는 그 같은 고뇌와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의 기저가 어디인지를 이해하지는 못한 채 살아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예술의 힘과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성찰은 때로는 이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감정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 속에서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이번 설치미술제를 통해 이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도심 속 태화강에서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일상 속 미술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경험하면 좋겠다.

◇존 사사키(Jon Sasaki·캐나다·작가)
-마운트앨리슨대 예술학 전공, 퍼포먼스·오브제·설치 등으로 표현되는 종합예술작품 창작

존재의 부조리 묘사...관객의 미소 보고파
◇도시재생 전략으로서의 문화예술, 그리고 나의 작업세계(김무기)

▲ 김무기

대한민국 최고의 공업도시이자 생태도시 울산에서 미술작품으로 시민들과 만나게 돼 기쁘다. 과거에는 태화강이 산업개발로 오염돼 물고기가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말끔히 정화돼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뀐 것이 놀랍다. 문화적 행복권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받아들여진 결과로 생각한다.

이번 설치미술제에는 재미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태화강대공원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왕버드나무 위로 대형 애드벌룬을 띄우는 작업이다. 통상적으로 둥근 공 형태의 애드벌룬이 아니라 줄무늬 티셔츠와 웃는 얼굴 모양을 한 두 개의 거대 애드벌룬이 고목 위로 솟구쳐 오른다. 애드벌룬은 수백 년 동안 한 곳에 서서 시간을 관통하며 생명을 이어온 고목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불안한 존재인 인간과 인간들의 이중성,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말없이 지켜본 고목의 속마음을 애드벌룬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제목은 ‘중얼거리는 나무(The Murmuring Tree)’. 제목 아래에는 웃음소리인 ‘프~히히히(PUU~He He He)’라는 부제도 붙는다. 존재의 부조리한 문제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품 앞에서 관람객 모두가 즐겁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무기(작가)
-조각가, 백두석재조형연구소 대표, 고양미술창스튜디오 및 일민미술관 등 개인전을 비롯해 각종 단체전 다수 참여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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