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4만㎡가 넘는 면적에 20개가 넘는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맥주공장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진은 맥주 공장 내벽을 그대로 살려 만든 콘서트장에 대해 총괄매니저인 스테파니 그로나우(Stefanie Gronau)씨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

독일 베를린에는 국립미술관, 베를린 필하모닉, 국립오페라극장 등 품격 높은 문화시설뿐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한 소소한 복합문화공간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베를린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방치된 맥주공장을 문화시설로 탈바꿈 시킨 곳이다.

이곳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상주하며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콘서트나 연극, 영화 등이 선보여 진다. 아울러 레스토랑, 여행사와 같은 상업시설도 함께 들어서 있다.

맥주통 보관 장소는 영화관으로
발전소는 천명 규모 대극장 변신
기계실은 200석 소극장으로 조성
4만㎡ 부지에 문화·상업시설 공존

◇세계적 맥주공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19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기에 세워진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붉은 벽돌의 웅장한 건물로 마치 거대한 성을 연상시킨다. 이곳은 슐트하이스가 1842년부터 1967년까지 운영한 맥주공장 건물이다. 1900년대 초반 슐트하이스는 전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공장이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에도 파괴되지 않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4만㎡가 넘는 면적에 20개가 넘는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맥주공장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건물 외형을 그대로 복원했고, 지하 맥주 보관창고도 당시 모습 그대로다.

현재의 영화관은 맥주공장 당시 맥주통을 보관하던 장소였다.

외부는 고전적 건축 형태를 살리면서도 내부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다. 총 8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이 영화관이 초기에는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했지만, 요즘에는 시민들의 요구로 할리우드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또 발전소였던 공간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 무대로, 기계실은 연극 공연 등을 진행하는 2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맥주병을 세척하던 공간은 결혼식이나 파티 등 이벤트성 행사장으로 쓰이고 있다.

▲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옛 맥주공장 건물로 공연장, 갤러리, 영화관, 여행사, 레스토랑, 대형 슈퍼마켓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며, 1년 동안 2000여 건의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길 걷다 우연히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

이 공간이 아직 유지할 수 있기까지는 지역 젊은 예술가들의 노력이 컸다. 1967년 맥주 생산이 중단되자, 잠시 가구창고로 쓰이다가 방치됐다. 이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일시적으로 점거를 하고,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쳤다. 결국 1998년부터 2000년까지 5000만 유로를 투자해 현재의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총괄매니저인 스테파니 그로나우(Stefanie Gronau)씨는 “이 큰 건물을 사들일 사람이 없었다. 보수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묶여 있기도 했다. 베를린시에서 책임지고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은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이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들이 입주해 있고, 공연장, 갤러리, 영화관, 여행사, 레스토랑, 대형 슈퍼마켓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1년 동안 이곳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는 2000여 건에 달한다. 새해와 부활절 등 1년에 3차례 입주 업체 전체가 마련하는 대규모 축제도 펼쳐진다.

스테파니 그로나우씨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스산한 기운이 맴돌던 동베를린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1980년대까지 이곳은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이곳의 길은 동네와 연결돼 있어 잠시 상점에 들러 장을 보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우연히 무료 공연도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이다”고 말했다.

◇예술단체 임대료는 상업시설보다 6배 저렴

이 곳에 입주한 예술단체들은 지역민과 함께 예술작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그들을 위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 중 극단 람바잠바는 장애인들을 스태프로 고용하고, 지역주민과 지체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미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1년 예산 중 베를린 정부로부터 약 70%를 지원받고 나머지 30%는 각종 후원금이나 수익금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는 현재 부동산 투자회사 TLG가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 관련단체나 개인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임대해주고 있지만, 상업시설에는 예술단체 임대료보다 6~8배가량 비싼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다. 건물 운영을 위한 최소비용과 예술단체 유지를 위한 최소비용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렇듯 여느 문화공간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고 고민한다. 예술공간보다 상업공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테파니 그로나우씨는 “문화예술적인 부분에만 너무 중점을 두면 공간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상업시설과 예술단체 임대료에 차등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지금까지 문화시설과 상업시설이 잘 공존해왔던 것처럼 이를 잘 절충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 글=석현주기자 hyunju021@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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