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상에 경기력 저하...최악의 경우엔 출전권 양보
박인비(28·KB금융)는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 할 명예의 전당 입회를 앞두고 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제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세계랭킹 순으로 뽑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에 선발될 가능성은 사실상 100%다. 9일 현재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앞선 세계랭킹 2위인 박인비는 오는 7월12일 세계랭킹에서도 2위를 지킬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손가락 부상이 예상보다 오래 끌면서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롯데챔피언십 이후 한 달 가량 쉬었지만 지난달 두 차례 대회에서 1라운드만 치르고 기권했다. 두 차례 대회도 경기를 치를 몸 상태가 아니지만, 명예의 전당 입회 요건을 채우기 위해 출전한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박인비는 킹스밀 챔피언십과 볼빅 챔피언십 때 그립을 잡을 때마다 왼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을 느껴 클럽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그러나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지니고 있다. 박인비 매니저인 갤럭시아 SM 이수정 국장은 “박인비 선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조국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생각이 흔들려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카바이러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이 국장은 전했다. 박인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를 드러낸 적이 없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림픽 전까지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으면 다른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기회를 양보할 수도 있다”고 9일 공식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인비는 “나 자신을 위해 올림픽에 나가는 게 아니라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인데 내 컨디션이 나쁘다면 더 나은 성적을 낼 선수에게 출전권을 양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도저히 메달을 딸 경기력이 아닌데 출전을 강행하는 건 공연한 욕심이 아닐까 걱정이라는 뜻이다.
박인비가 올림픽 불참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인비는 “올림픽 전에 컨디션이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인비가 만약 올림픽 불참을 결정한다면 올림픽 출전 선수가 결정되는 7월11일 이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LPGA 투어 대회는 10일 개막하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어 클래식과 월마트 NW 아칸소, 포틀랜드 클래식으로 이어진다.
박인비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4개 대회가 남아 있다.
박인비는 “만약 내가 불참한다면 나 대신 나갈 선수가 준비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점을 택해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해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이달 말에는 고민을 끝내고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