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바로크 음악-기악:비탈리의 샤콘느

▲ 하이페츠의 연주음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기악곡, 샤콘느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바로크시대의 기악음악은 중세에서부터 내려오는 악기의 발달과 양식의 확립, 새로운 악기의 출현으로 성악음악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악기의 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종교적인 음악에서나 세속적인 음악에서나 악기의 반주가 곁들어짐으로써 기악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건반악기는 독주용 악기로도 사용되었으나 통주저음의 필수적인 악기로 어떠한 기악음악에도 나타나게 되었다. 바로크시대에 이르러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오르간을 위시하여 클라비코드, 쳄발로 등은 독주나 합주용 악기로 인기가 높아 많은 작품이 남겨졌다. 1709년에는 크리스토포리에 의해 피아노가 만들어 졌으며, 현악기 부분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비올 족이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의 현악기군을 이루는 바이올린족으로 대치되어 관현악 음악의 중심을 이루었다. 크레모나 출신의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등의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우수한 악기를 만들어 바로크 현악을 더욱 수준 높은 음악으로 끌어 올렸다.

바로크시대의 작곡가들은 르네상스시대에 유행했던 몇몇 기악형식을 여전히 사용하였고, 아울러 새로운 음악형식을 개발하여 근대적인 기악 음악으로 그 모습을 점차 바꾸어나갔다. 르네상스의 기악형식이었던 푸가는 바로크시대에 와서는 독립된 기악작품은 물론 성악, 합창곡에서도 그 기법이 사용되었다. 그 당시 유행한 모음곡은 무곡을 여러 개의 부분으로 확대해서 독주와 합주용의 기악 음악형식으로 사용되었다. 모음곡은 주로 같은 조성의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반드, 지그를 주로 사용하였으며, 그밖에 지그의 앞과 뒤에 미뉴에트, 부레, 가보트 등이 삽입되기도 하였다.

바로크시대에 와서 르네상스의 세속 성악음악들을 성악과 기악의 혼합 내지는 악기만으로 연주하는 형태가 흔하였는데 이것이 다악장 형식의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흡수되었다. 많은 바로크 소나타는 두 개의 바이올린과 콘티누오를 위하여 작곡되었는데 이것이 ‘트리오 소나타’이다. 다른 형태의 소나타로 ‘실내소나타’와 ‘교회소나타’라는 두 종류로 분류 지었고 일반적으로 같은 조성의 4악장으로 구성된다.

바로크시대의 협주곡은 ‘합주협주곡’과 ‘독주협주곡’의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합주협주곡의 확립자는 코렐리이고 독주협주곡은 3악장 형식으로 오늘날의 협주곡 악장의 구성 원리를 제공하였다. 대표적 작곡가는 비발디로서 근대적 개념의 협주곡 완성자이다.

▲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그리고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등의 시작 부분에는 서곡이 붙었는데, 이것을 ‘신포니아’ 또는 ‘서곡’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작곡가인 스카를라티는 서곡을 빠름-느림-빠름의 3부로 구성시켰는데 이것을 이탈리아식 서곡이라고 하며, 프랑스 오페라의 서곡은 반대로 느림-빠름-느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신포니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기가 높아져, 아예 신포니아만 여러 개를 작곡해 출판하는 작곡가도 있었다. 이 신포니아는 곧 심포니, 즉 교향곡으로 발전하여 고전파 이후를 이끌어나가는 주축이 되었다.

이번 주의 추천음악은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의 샤콘느(Chaconne)이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원제는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샤콘느’. 바이올리스트 하이페츠가 1917년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미국 데뷔곡으로 연주했고, 오르간 연주는 엘새서(Richard Ellsasser)가 맡았다.

샤콘느란 원래 16세기 라틴 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전해진 4분의 3박자의 춤곡이다. 이 춤곡이 변주곡 형태로 발전하여 파사칼리아와 함께 바로크시대의 대표적 기악 변주곡이 되었다. 비탈리의 샤콘느 역시 오르간의 저음 위에서 바이올린의 선율이 변주를 거듭하여 슬픔의 절규를 흐느낀다.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감 울산음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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