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막을 올릴 KBS 2TV 특별기획 드라마 〈명성황후〉(극본 정하연·연출 윤창범·프로듀서 윤용훈)가 캐스팅을 끝내고 15일 연습에 돌입하며 본격적인 시동을걸었다. 기획을 맡은 KBS와 드라마전문 독립제작사인 삼화프로덕션(대표 신현택)은 100회 방송에 120여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이른바 "국민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에 걸맞게 출연진용도 어느 사극 못지 않게 화려하다. 〈용의 눈물〉로 사극전문연기자로 떠오른 유동근이 일찌감치 드라마의 한 축을 이끌어갈 대원군으로 낙점됐고이혼 이후 뒤늦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미연이 난항 끝에 타이틀롤로 결정됐다. 여기에 〈가을동화〉의 어린 은서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문근영이 어린 명성황후로등장하며 강부자(조대비), 이영후(흥인군), 엄유신(흥인군 처), 선우은숙(감고당 이씨), 최상훈(조영하), 송재호(김좌근), 김병기(오카모토), 황범식(이내관), 홍여진(윤상궁), 정성모(김병기), 이덕희(부대부인) 등의 중견 탤런트와 이진우(고종), 정선경(영보당 이씨) 등 스타급 연기자가 가세한다. 당초 〈명성황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두고 한일관계사를 재정립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동명 뮤지컬이 나라 안팎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며"명성황후 다시 보기"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룬 것도 제작진의 의욕을 부추겼다. 여기에 또하나의 호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불을 지른 것이다. 일본 낭인의 칼에 비참하게 숨을 거둔 명성황후는 비극적인 한일 근대사의 상징적 인물. 그가 투기와 변덕으로 똘똘 뭉친 인물로 각인돼온 것도 일제의 간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그의 명예회복은 잘못 낀 역사의 단추를 바로 끼는 일이기도 하다. 〈왕과 비〉에서 윤용훈 프로듀서와 콤비를 이뤘던 정하연씨는 "나열적 구성에서 벗어나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숙명적인 대결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동시에 빠른 전개와입체적 구성으로 새로운 사극의 전형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KBS와 삼화프로덕션은 여의도 KBS 본관을 실내촬영 주무대로 삼는 한편 수원의 디지털미디어센터에 19세기 말 서울 진고개 주변의 일본인 거리를 조성하고 조선시대궁궐 오픈세트도 지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