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기철 작가의 팻펫(Fat pet) 시리즈 ‘나의 말, 나의 곰’

▲ 태화강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2016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 2016) 관람은 이기철 작가의 팻펫 시리즈로 시작된다.

이 작가는 행사장 초입에 은빛으로 빛나는 말과 곰 모양의 조각을 나란히 세워뒀다. 그런데 화려한 외형과 달리 말과 곰의 몸체가 이상하다. 말 모양의 조각이 더 심하다.

행사장 초입 은빛 말·곰 조각
비둥비둥 살찐 모습 웃음거리
작가의도와 달리 관람객 사랑

근육미를 자랑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할 말이 유독 이 곳에서는 비둥비둥 ‘살찐 말’로 전락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 작가의 팻펫 시리즈는 주인의 그릇된 사랑으로 인해 자연적인 체형에서 벗어나 버린 뚱뚱한 반려동물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 작가는 살찐 반려동물에 대해 타인에 의한 폭력의 결과물이라고 해석한다. 외형의 변화는 사람들의 이기에서 비롯된 것. 동물의 인위적인 외형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냉소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반려인들과 반려동물들을 보면서 더러는 인간의 욕심이 반려동물을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뚱뚱한 말과 곰은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뚱뚱한 말이라서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감이 든다”고 할 정도. 임선미씨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작가 의도를 짐작하게 됐다”면서도 “세계적인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르의 인물상처럼 부드러움과 풍만함 때문에 더 사랑받는 아이러니한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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