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네이밍·스토리화도 필요
반구대 암각화의 브랜드화 시급

▲ 이성룡 울산시의원

지방 문화예술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수도권과 비교해 여러가지 제약 중에서도 문화예술인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의 숫자만이 아닌 질적인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곧 그 도시에 대한 가장 수준 높은 투자행위이다.

문화의 발달과 번영은 단순한 재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화생산자와 문화소비자에게 모두 해당하는 것이다. 울산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부분에 있어 타 도시에 비해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도시 울산’을 향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울산문화재단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울산의 문화예술 특히 반구대암각화의 브랜드화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7000년 문화유산을 가진 울산에서의 반구대암각화 브랜드화 시급성에 대해 거듭 촉구를 해온 바 있다. 지난해 8월 울주군에서는 ‘대곡천 암각화군 종합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대곡천 천전리 각석이나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 강렬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보존에 관한 여러 논란만을 야기했다. 과연 울산시민들에게 반구대암각화는 어떤 모습인가?

버스 승강장 그리고 공공기관의 담벼락 등 많은 곳에 반구대암각화의 그림이 보인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스캔된 이미지 그대로 붙이기만 한 그림이 전부다. 하드웨어적 접근 외에는 시민과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와 이미지가 부재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민간과 정부단체의 협력으로 반구대암각화축제가 개최됐고, 울산대학교 구광렬 작가의 소설 <반구대>도 출간됐다. 지난 4월에는 구광렬 교수가 글을 쓰고 김홍명 교수가 그림을 그린 어린이용 <아기고래 뚜치의 눈물방울>이 출간돼 반구대암각화에 스토리와 이미지를 입히기 시작했다.

현재 울산의 캐치프레이즈는 ‘문화도시 울산’이다. 과연 이와 관련해 울산시민들이 공통으로 떠올리는 무엇일까? 파리하면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런던은 ‘런던브릿지’가 대표적이다. 반면 울산은 산업화와 관련된 도시이미지가 전부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이미지다.

7000년 문화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브랜드화 해야 한다. 추상적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 이미지를 의미한다. 문화는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발자취이다. 시민들이 떠올리고 체감할 수 있는 이미지로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문화도시 울산’이란 캐치프레이즈가 그 의미를 다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대륙과 해양문명 모두를 담고 있는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반구대 암각화를 떠올릴 공식 마크나 로고 혹은 CI가 없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마련, 즉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첫째로는 공모전 혹은 민간단체, 학계, 시민사회와 함께 반구대 암각화의 브랜드화를 제안한다. 시와 민간이 함께 해야 한다. 둘째,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100여가지의 살아있는 조각들에 대한 네이밍(이름붙이기)작업을 통한 스토리화 작업이 필요하다. 앞서 시작된 소설과 연극은 물론이고, 반구대암각화의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예정인 웹툰 등을 일회용이 아닌 울산시의 아이콘으로 지속적인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는 시민단체, 학계, 울주군 그리고 문화재청과 협력해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마스터플랜’을 세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안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시청, 군청, 시민단체와 학계를 아우르는 공동 태스크포스나 (가칭)대곡천 암각화위원회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젠 각자의 계획과 플랜만으로 제대로 된 브랜드화가 어렵다. 민관학계가 협심해 대곡천 일대 반구대 암각화의 브랜드화를 향해 첫걸음을 떼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성룡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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