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신비의 묘약

 

“곰탱이 같은 저 녀석 언제 인간이 되려나, 쯧쯧쯧.” 옆집 할머니가 늘어지게 아침잠을 자고 있는 아들을 보며 혀를 차면서 말을 내뱉는다. “할머니! 곰이 인간이 되려면 마늘을 먹으면 되잖아요. 제가 책에서 봤어요.” 똘망똘망 귀여운 손자의 야무진 대답에 할머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냐! 이 할미가 너희 아버지에게 마늘을 엄청나게 많이 먹여야 되겠구나!”

신혼 초, 모든 게 낯설고 살림도 초보였던 나는 우연히 옆집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 덕분에 마늘과 인연을 맺게 되어 지금처럼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손자가 읽은 책은 <삼국유사> 속 웅녀(熊女)이야기다. 환웅(桓雄)은 우리나라 첫 의사였고 첫 고객은 웅녀였다. 거기에 첫 처방전은 마늘!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식물 중 왜 환웅은 웅녀에게 치료약재로 마늘을 처방했을까. 마늘의 의료적 효능을 알고 단순한 식품이 아닌 육체적으로 강한 힘을 주는 신비의 묘약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마늘이 있는 식탁은 약국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마늘의 효능과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늘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20%, 단백질 3.3%, 지방 0.4%, 섬유질 0.92%, 회분 13.4%다. 비타민 B1·B2·C, 글루탐산, 칼슘, 철, 인,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도 함유돼 있다.

탄수화물·단백질·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소 함유한 마늘은
피로회복·항암효과 탁월
생마늘 냄새에 거부감 든다면
구워 먹어도 영양소 파괴 없어
너무 많이 먹으면 위에 자극 줘

마늘의 대표적인 성분은 알리인(alliin)이라는 유황화합물이다. 알리인은 알리나제라는 효소와 작용해 자기방어물질인 알리신(allicin)이 된다. 알리신은 매운 맛과 동시에 독한 냄새를 풍기지만 강력한 살균·항균 작용을 한다. 소화를 돕고 면역력도 높이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알리신이 비타민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allithiamine)으로 변해 피로회복, 정력증강에 도움을 준다. 항암식품들을 피라미드형으로 배열한 결과 최정상을 차지한 것이 마늘이라고 한다.

하루에 생마늘 또는 익힌 마늘 한 쪽 정도를 꾸준히 섭취하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생마늘을 그냥 먹기가 힘들면 구워 먹도록 한다. 구워도 영양가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특유의 매운맛이 사라져 먹기에 훨씬 좋고 소화 및 흡수율도 높아진다. 그러나 자극이 강해 너무 많이 먹으면 위가 쓰리므로 과도하게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마늘은 강한 냄새를 제외하고는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 부르기도 한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연예인 정보석의 연애담을 보면서 지붕 뚫고 하이킥 할 만큼 박장대소한 기억이 있다.

2009년 11월4일 방송된 시트콤 방송 ‘지붕 뚫고 하이킥’ 40회분! 정보석은 5년 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모베잘랜(Mauvaise haleine) 오되르다유(L’odeur d’ail)란 말만 남기고 떠나버린 프랑스여인을 그리워한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서로 통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5년 후 정보석은 모베잘랜은 입 냄새, 오되르다유는 마늘냄새라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충격에 바바리 코트가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뜨거운 열기에 정신을 번쩍 차린 정보석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큰 즐거움을 준다. 입 냄새의 원인인 마늘냄새를 없애고 사랑받고 싶다면 우유를 천천히 마시거나 녹즙 또는 허브차를 진하게 타서 마신다. 마늘을 까고 나서 손가락 끝에 밴 냄새는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린 후 씻으면 말끔히 없어진다.

평화로운 마늘밭에서 마늘조각을 밟고 가면서 마늘을 맛있게 먹는 꿈을 꾼 적이 있다. 하도 신기하여 지인에게 해몽을 부탁했다. 신비의 묘약이어서 일까? 마늘 꿈은 대체적으로 좋다. 소원 성취를 하고 부자가 된다거나 부잣집에 시집을 간다고 한다. 특히 마늘 까는 꿈은 남들이 하기 어려운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할까싶다. 어떻게든 마늘과 친하게 지내면서 마늘 꿈을 자주 꾸어야겠다.

요즘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친정엄마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 무더위를 이겨내며 수확한 신비의 묘약을 보내주실 것이다. ‘마늘은 열 명의 어머니만큼 훌륭하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우리 곁에 언제 어디서나 사시사철 친숙하고 훌륭한 열 명의 어머니가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고대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만들 때 마늘을 먹으면서 그 힘든 노동을 견뎌냈듯이 매일 마늘과 함께 이 험한 세상과 당당하게 맞장을 뜨리라. 그리하여 결국에는 온전한 인간이 되리라.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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