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참아주세요”

▲ 일식풍 해물 냉우동

며칠 전 사무실로 손님이 찾아 왔다. 예전 경주 현대호텔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 한다는 소식만 들었지 서로 살기 바빠 만나지를 못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고 얼굴도 수심이 가득했다.

차라리 장사를 접고 다시 경주로 가야겠다면서 어머니 진료 때문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가까이에서 장사하면 문만 열어도 굶지는 않는다는 말만 듣고 국밥 장사를 시작했다. 매출이 매달 줄어 이제는 반 토막이 되었고 앞으로가 더 죽을 맛이라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회식이 있으면 가게에 들러달라는 것 같아서 직원들과 간 적이 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해져 가고 있으니 예전처럼 목돈 들어가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가족 외식, 모임도 쉽게 하지 못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매달 출근 도장만 찍으면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직원들이야 직접 피부로 느끼지 못해 남의 일처럼 여기지만 바깥세상이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단돈 1000원을 보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기대감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들을 괴롭히는 ‘갑질’을 하는 고객들 특히 동호회 운영자나 파워블로거가 있는 모양이다. 행여 식당에 대한 나쁜 지적이라도 올라오면 토를 달지도 못하고 ‘서비스가 문제 있다’ ‘소문 듣고 왔는데 음식이 형편없다’고 너스레를 떨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음식을 공짜로 퍼줘야 한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일부 블로거들의 갑질횡포나
돈으로 평판을 사려는 업주들
맛난 음식으로 즐거움 찾으려는
고객들에 피해주기는 매 한가지
정성 들여야 감칠 맛 우러나는
육수처럼 정직함으로 승부하길

어떤 사람은 SNS나 맛집이라고 올라온 곳은 절대 가지 말라고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맛집치고 제대로 된 집이 없을 가망성이 높을 뿐 아니라 맛집이라고 간판을 달면서 가격부터 다르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기 힘든 곳도 있다고 한다. 유명 스타의 사진과 사인으로 벽에 도배질을 했다고 그 집이 맛이 있다고 장담하기에는 맛집들의 횡포가 일부 작용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예전 우리 세대는 머슴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어지간해서 탈이 잘 나지 않았다. 요즘은 특정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도 많고 장이 약해 조금만 이상한 것을 먹어도 식중독이 걸렸다고 난리치는 사람들도 있다. 요리사들이 그들을 설득하고 설명해도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기에 웬만해서는 굴복하기 일쑤다. 정말 탈이 나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린 사람들도 있지만 다분히 억지를 쓰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그들은 특정 음식을 아예 지목해서 탈이 났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전화를 해온다. 연락을 하지 않으려다 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상을 해줄 거냐고 물어오면 감정노동자인 우리는 항상 약자가 된다.

일부 사업자들은 돈으로 파워블로거를 영업에 활용한다고 한다. 그들의 권력욕과 일반 회원들의 식탐이 어우러진 음식동호회는 먹자판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보고 맛집이라고 찾아간 고객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여가를 즐기고 서민들은 큰 맘 먹고 맛난 것을 먹고 싶어 찾아오는 고객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일식풍 해물 냉우동

△재료 : 사누끼 우동(시중판매 생면) 1개, 갑오징어 몸살 100g, 새우 2마리, 맛살 50g, 계란 지단 10g, 오이 50g, 매화어묵 20g, 표고버섯 1개

△소스 : 다시마 1장, 물 2.5ℓ, 진간장 90㎖, 고이구찌쇼유(진간장·일본식) 25㎖, 미림 25㎖, 국수장국 35㎖, 설탕 20g, 가쓰오부시(가다랭이 포) 20g

△만드는 법

①해물과 버섯은 얇게 채 썰어 데쳐둔다.

②오이와 지단은 채 썰어 고명으로 사용한다.

③소스는 85℃ 정도에서 끓이다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넣고 잠시 식힌 다음 고운 채에 내려 냉장고에 소스를 보관했다가 사용한다.

④우동은 우동 소스에 담가 맛에 우러나게 둔 다음 고명을 올려 차갑게 드시면 된다.

※Tip

(1)우동은 육수에 담아 소스 맛이 면에 충분히 스며들어야 면과 육수가 따로 놀지 않는다.

(2)육수는 살얼음이 있을 정도로 차게 하면 좋고, 소스는 가쓰오부시 맛이 우러나게 마지막에 불을 끄고 그 열기로 맛이 난다는 것을 잊지 말라.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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