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로마, 3000년의 시간여행

▲ 콜로세오 원형경기장. 지하와 3층으로 동선이 짜여져 있다. 2000년 전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3분의1 정도만 남은 상황. 현재도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의 세계유산 등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적지 않지만 관광산업 육성으로 인한 수익금, 일자리 창출과 함께 시민의 자존감 상승, 공동체 유대감과 같은 사회적 자본과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의 교육적 효과까지 더해 이익은 훨씬 더 크게 나온다. 문화유산의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관광자원화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주목해 보존과 관리에 힘써 온 나라는 이들 문화유산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이 대표적이다.

3000년의 역사 간직한 로마역사지구
개선문·카라칼라 목욕장·콜로세오 등
고대 문화유산 원형 그대로 잘 보존

◇로마역사문화지구, 원형유적 보존의 힘

이탈리아에는 3000년 역사를 지닌 고대 로마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로마역사지구가 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개선문, 카라칼라 목욕장, 산타마리아 마조레교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로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 콜로세오도 있다. 시민들의 일상은 도시 곳곳에서 함께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 더욱 풍요롭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은 이 도시의 문화적 힘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 콜로세오 내부의 수많은 관광객들.

역사문화 관광도시 로마의 화려함 이면에는 사실 치밀한 문화유산 보존 및 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가의 문화유산 보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이 있다. 국가 존망과도 연관될 정도로 문화재는 곧 국가적 수익구조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 보존을 위한 실무자와 기술 전수를 중시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 고대 로마의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포로로마노(로마인의 광장).

로마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가 있다. 문화재 보존 및 복구와 관련한 세계 최고의 전문기관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59년 로마에 설립된 ICCROM는 문화재와 관련한 국제협력을 위한 상설연구기관이자 보존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교육사업기관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134개의 회원국이 가입해 있다. 25명의 이사진 중에는 정용재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말 임기 4년의 신임이사로 영입됐다.

정용재 교수는 “국내 각 지자체가 각개전투식으로 추진하는 세계유산 등재사업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며 “2015년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이미 4~5년 전부터 등재작업과 실질적인 연관이 있는 세계기구와 소통해 왔으며 이를 위해 각 지자체가 공동 연대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행정국·관광국 등 컨트롤타워 주축
다수의 유적 전문 보수업체가 참여
기술·전문성 기반 완벽한 보존작업

◇문화재 보수의 전문성과 기술전수 노하우

이탈리아는 현재 세계문화유산 최다 보유국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탈리아는 문화재 복원 기술력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 보존책을 실시한다. 이탈리아에는 약 400여개 정도의 유적 전문 보수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소속원 모두가 복원전문가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특히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로마에서는 한 곳의 유적지를 보수하더라도 다수의 복원 전문업체를 투입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때를 벗겨내는 팀이 있는가하면, 파손된 부분을 복원시키는 팀, 전체적인 균형을 잡고 통일감 있게 색채작업을 하는 팀이 따로 있다. 우리와 같이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를 비자격자나 무등록업체가 수리하다 부작용이 일어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 최근 2년 여의 보수작업을 마치고 재개장한 트레비 분수.

지난 달 방문한 로마의 대표적 유적지 콜로세오에서는 수많은 관광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적지 일부는 보수작업 공간으로 분리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설 전체의 맥락을 짚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인력이 투입돼 구간별, 일정별 작업을 주도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는 행정국과 관광국 등 다수의 조직원이 참여하는 컨트롤타워에서 관리하고 있다.

로마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거치는 곳, 트레비 분수도 마찬가지였다. 세 갈림길이라는 뜻의 트레비 분수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졌다. 1629년 스케치가 완성돼 1762년 완공됐다. 분수 중앙에 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조각상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으로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 달 방문했던 이 분수는 장구한 세월을 거쳐 온 유적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이제 막 새로 지은 건물의 정원처럼 느껴져 이것이 정말 문화재가 맞는 것인지 보는 이의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새하얀 조각상과 장식 등은 너무나 새하얘서 유적이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게 마련인 조그만 흠집조차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현장 가이드는 “지난 2년여에 걸쳐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이 보수작업을 막 끝낸 뒤 재개방을 했다”고 알려줬다. 유적지 복원에 대해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국내 사정과는 달리 “새로운 보수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재개장 이후 반응 또한 오히려 더 열렬하다”고 전했다. 글=홍영진기자·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