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마약 거래상 살해…80년대 전후 활동기 여러명 살해 의혹

호주의 '더티 해리'(Dirty Harry)는 연쇄 살인마일까.

더티 해리는 1970년대 초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강력반 형사로 출연한 영화의 제목이자 극 중 별명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5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호주에서는 한 전직 강력반 형사의 과거 행적이 더티 해리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대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5일 전직 형사들인 로저 로저슨(75)과 글렌 맥나마라(57)가 약 2년 전 시드니에서 마약 거래상인 제이미 가오를 살해한 것으로 평결했다.

20살의 대학생이던 가오는 당시 해상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용의자인 로저슨과 맥나마라는 그동안 상대에게 혐의를 떠넘겨 재판 내내 언론을 장식해 왔다.

배심원단은 두 사람이 가오를 유인, 총을 쏴 숨지게 했으며 2.78㎏(6억원 상당)의 마약을 차지하고는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배심원단의 평결 결과도 주목거리였지만 동시에 로저슨이 과거에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새로 드러났다. 배심원들의 예단을 막는다는 이유로 비밀로 유지되던 그의 과거사가 이번 평결이 나오면서 모두 공개됐기 때문이다.

로저슨은 영리함과 카리스마, 허세, 부패, 범죄 연루 등으로 강력반 형사로는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인물이다. 초기 왕성한 활약기에는 20차례 이상 상을 받으며 미래의 경찰청장감으로까지 꼽힐 정도였다. 2009년에는 자서전까지 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공개된 그의 활동기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로저슨은 마약 거래상 등 최소 3명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지만, 업무 수행 혹은 자위 차원의 일이었다고 해명해 처벌을 피했다.

그는 또 1986년 매춘부 익사를 포함한 4건의 미제 살인사건, 1984년 동료 경찰 살인 미수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왔으나 이를 줄곧 부인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저슨의 과거 행적이 공개되자 새 의혹도 추가됐다. 1975년 매춘업소를 운영하던 여성이 총을 맞고 숨진 사건이 미제로 남았었는데, 로저슨이 당시 사건 발생지인 퍼스에 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이 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특히 공범인 맥나마라는 로저슨이 자신의 소행으로 의심받고 있는 여러 미제 살인 사건과 살인 미수 사건에 연루됐다고 고백했다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삶과 행적에 관한 책을 쓰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한 원로기자는 "그가 활약하던 시대는 80년대로 지금과는 달랐다. 선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당시 사람들은 그를 악인을 잡아들이는 법 집행자로 봤다"라고 인터넷 매체 뉴스닷컴에 말했다.

로저슨은 악명 높은 범죄자들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1986년 해고됐으며 이후에는 범죄 모의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다. 맥나마라도 1990년 경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호주판 '더티 해리' 로저 로저슨<<출처: 호주 공영 ABC 방송 캡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