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1타차 따돌리고 2003년 CJ나인브릿지 이후 첫 우승

▲ 18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천61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경기 7번홀에서 안시현이 퍼팅하기 전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던 한국여자골프 왕년의 신데렐라 안시현(32·골든블루)이 부활의 날개를 화려하게 폈다.

안시현은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천53m)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이븐파 288타로 정상에 올랐다.

작년 이 대회 챔피언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의 추격을 1타차로 따돌린 안시현은 2004년 엑스캔버스 클래식 우승 이후 무려 12년 만에 국내 무대 우승을 일궜다.

안시현은 지난 2003년 제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 우승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신인이던 안시현은 당시 박세리, 박지은, 박희정, 그리고 로라 데이비스 등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공동2위로 밀어내고 깜짝 우승을 차지해 한국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등장했다.

예쁜 얼굴과 남다른 옷맵시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끈 안시현은 2004년 미국에 진출해서도 신인왕을 꿰차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 이후 초청 선수로 출전한 2004년 한국여자골프 엑스캔버스 여자오픈 제패 이후 우승과 더는 인연이 없던 그는 내리막을 걸었고 2012년 결혼과 출산, 이혼이 이어지며 팬들에게 잊혀져갔다.

2013년 시드전을 통해 2014년부터 국내 투어에 복귀했지만 상금 랭킹 32위에 그쳤고 작년에도 상금랭킹 42위로 부진했다.

올해도 9개 대회에서 톱10 한번 없이 상금랭킹 60위(3천239만원)에 그친 안시현은 전성기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안시현은 “3주 전에만 해도 골프에 회의가 생겨 그만 둘 생각을 했다”면서 “이 대회를 마지막이라 여겼더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안시현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억5천만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특히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4년 시드를 보장받아 당분간 출전권 걱정없이 투어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기아자동차가 제공하는 카니발 하이 리무진과 내년 LPGA투어 기아클래식 출전권도 챙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 드라마였다.

안시현은 난코스에서 2, 3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2오버파로 버틴 덕에 최종 라운드를 선두 정연주(24)에 4타차 1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정연주에 3타차 이내에 무려 10명의 선수가 포진한데다 박성현, 장수연(22·롯데), 배선우(22·삼천리), 김해림(27·롯데) 등 올해 우승 경력자만 4명에 이르러 안시현에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차하면 보기가 나오고 파세이브에 안도에 한숨을 내쉬는 난코스에서 안시현은 5번(파3), 6번홀(파5) 연속 버디로 선두에 1타차로 따라 붙더니 10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래도 안시현의 우승 전망은 밝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승을 다투던 선두권 선수들이 줄줄이 보기나 더블보기로 주저 앉을 때 안시현만 타수를 꿋꿋하게 지켰다.

15번홀(파4) 보기로 단독 선두에서 공동선두로 잠깐 내려 앉았지만 16번홀(파4)에서 15m 장거리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행운의 버디로 다시 1타차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안시현은 “파만 하자는 마음으로 친 퍼트가 홀에 들어가서 버디가 되자 ’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남은 2개홀에서 안전 위주 운행으로 파로 막아내고서 우승을 예감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안시현이 18번홀을 마쳤을 때 박성현은 3개홀을 남기고 1타차로 따라 붙었다.

박성현은 16, 17, 18번홀에서 모두 버디를 시도했지만 홀은 번번이 외면했다. 박성현이 18번홀(파4)에서 때린 버디 퍼트가 빗나가자 안시현의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를 마치고 40분 넘게 딸과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에 대비하던 안시현은 그제사 활짝 웃음을 터트렸다.

박성현은 대회 2연패는 이루지 못했으나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며 1타차 준우승(1오버파 289타)을 차지하며 난코스에 강한 모습을 과시했다.

준우승 상금 1억원을 받은 박성현은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달랏 챔피언십 우승자 조정민(22·문영그룹)은 1언더파 71타를 치는 선전으로 E1 채리티오픈 챔피언 배선우와 함께 공동 3위(1오버파 290타)에 올랐다.

현역 선수 가운데 안시현과 함께 둘 밖에 없는 엄마 골퍼 홍진주(33·대방건설)도 6위(4오버파 292타)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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