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00% 안전 추구-한화 구미사업장 -제2부 국내외 선진 사례를 배우다

▲ 한화 구미사업장 직원들이 행동관찰제 발표대회를 갖고 있다.

안전이 중요하지 않은 사업장은 없겠지만 화약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그 어떤 사업장보다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작은 폭발 또는 화재 사고가 인근으로 확대될 경우 연쇄폭발과 대형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부문이자 화약을 취급하는 업체인 한화 구미사업장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라도 100% 안전을 추구하는 사업장이다.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2년 연속 유소견 판정땐
근로자 잔업 하루 2시간 이내 제한
매달 셋째주 금요일 ‘안전의 날’
반나절 가동 멈추고 안전경영활동

◇건강이상 근로자 잔업 제한

본보 취재진이 지난 4월 방문한 한화 구미사업장은 ‘근로자 건강’과 ‘사고 예방’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안전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매년 실시되는 건강검진에서 2년 연속 이상이 있다는 유소견 판정을 받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잔업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3년 연속 유소견 판정이 나올 경우 아예 잔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잔업이 제한된 근로자가 많을수록 회사로선 생산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약을 다루는 근로자가 건강이상으로 갑자기 쓰러져 폭발사고를 내면 자신 뿐 아니라 동료,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들에게 ‘건강함’을 요구한다.

근로자들은 늘상 받아오던 잔업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면 평소 대비 임금 감소 상황에 처한다. 줄어든 월급 탓에 소비패턴까지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수십 년간 잔업을 했더라도 퇴직 직전에 잔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향후 퇴직금 정산 시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근로자들은 과음이나 흡연을 줄이는 것은 물론 꾸준한 운동 등으로 몸 관리를 한다. 한 가정의 가장일 근로자가 건강하면 회사의 안전이 유지될 뿐 아니라 가정 평화도 얻을 수 있다.

물론 임금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잔업 제한정책을 시행하기까지 근로자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근로자들 역시 건강함을 유지해 회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신의 가정까지 지킬 수 있는 정책에 동의해 지난 2006년께부터 시행하게 됐다. 직원의 약 5%(약 20명) 정도가 유소견자 판정을 받지만 건강을 되찾으면 잔업 제한이 곧바로 해제된다.

환경안전팀 백지연 대리는 “보통 잔업이 제한된 근로자는 약 1~2개월가량 개인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 병원방문, 식이요법 등을 병행하고 다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정상 판정을 받으면 잔업 제한이 풀린다”며 “퇴직을 앞둔 근로자일수록 건강관리 노하우가 축적돼 유소견 발생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한화 직원들이 절대안전수칙 선서를 하고 있다.

◇안전 점검 위해 매달 하루씩 작업 중지

공장 가동을 멈추면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이윤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화 구미사업장은 안전점검을 위해 과감하게 이윤을 포기한다. 지난 2000년부터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을 ‘안전의 날’로 지정해 작업을 멈춘다. 그동안 사업장 대표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이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하루는 전 직원이 안전경영활동에 참여한다. 5~20명 내외로 공정별 안전활동 조직을 구성해 각 시설을 점검하거나 안전교육을 받는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여형으로 진행된다.

‘고소작업을 하다 추락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등 What if 또는 How 대화기법을 통해 근로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을 바로잡는 교육도 진행된다.

하루 작업을 중단해 발생하는 생산차질액은 75억원 상당이지만 안전점검이나 안전교육을 통해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은 하루 중 반 나절만 공장 가동을 멈추고 안전경영활동을 하고 있지만 안전점검과 교육 등에 있어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져 과거와 비슷한 효과를 얻고 있다.

▲ 윤경식 한화 구미사업장 사업장장

인터뷰 / 윤경식 한화 구미사업장 사업장장
“안전 기강, 회사 대표는 근로자의 거울”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회사 대표가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근로자들 역시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 그래서 조직의 안전 기강은 회사 대표의 의지에 따라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경식(사진) 한화 구미사업장 사업장장은 “아무리 훌륭한 안전제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대표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조직의 안전 기강도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고는 어떻게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전체 사고의 90% 이상이 불안전한 행동이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규정, 절차 등으로 발생한다. 반대로 근로자들이 제대로 만들어진 안전규정을 지킨다면 90% 이상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100% 막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대다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내 협력사의 안전은 어떻게 확보하나.

“원청과 협력사는 함께 그리고 멀리가야 하는 관계다. 아무래도 원청이 우수한 안전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간 1~2회 안전점검을 해준다.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한다. 협력사 직원이 규정 위반으로 최초 적발되면 퇴장 조치하고 2차 적발 시 영구 퇴장 조치한다. 지금까지 1차에만 3명 정도 적발됐다. 앞으로는 3차 적발 시 해당 근로자가 소속된 협력사와 영구 계약 취소하는 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다.”

-무재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진과 구성원이 소통해야 한다. CEO나 안전부서의 노력만으론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근로자들은 자신의 부주의로 본인이 다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 경영진 역시 위험성을 평가해 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

경북 구미 / 글=이왕수기자 wslee@·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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