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시직 근로자 OECD 평균 두배
경기변동 충격 하청업체가 받아야해
노동시장 불합리 궁극적 해법 찾아야

▲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구의역 승강장에서 발생한 서울메트로의 정비용역업체 은성PSD의 19세 신입 직원의 안전사고는 우리나라 사회 및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울메트로 노사가 민간위탁을 노사협의에 의해 추진하면서 탄생한 소위 ‘메피아’가 안전사고의 근원적인 원인의 하나인데, 서울시가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출신 직원을 제외한 안전관련 외주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 또한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메피아’로 지탄받고 있는 서울메트로로부터 전직한 직원들 역시 노동관련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은성 PSD노조는 167명 인원 중 80여명만을 직접 고용한다면 ‘나머지는 쓰레기 처분한다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OECD 한국보고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시근로자의 비중은 OECD 평균의 두배 수준이다.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정규직 가구 소득이 비정규직 가구 소득보다 약 49% 높은 수준으로, 가구소득의 차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55~59세 가구주연령 집단에서 가장 큰 격차(88%)를 보이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연공급 임금체계로 정규직에서 밀려난 중고령근로자가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1명이 대기업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의 94%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기업규모 및 고용형태에 따라 처우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 64.2, 중소기업 정규직 52.3, 중소기업 비정규직 34.6으로 나타나 고용형태보다는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원하청관계에서도 확인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 원청 A사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하였을 때 A의 사내하도급 업체 51.5, 1차 협력업체 48.5, 1차 협력업체의 사내하도급업체 30.9, 2차 협력업체 28.9, 2차 협력업체의 사내하도급업체 22.7이다.

OECD는 노동법, 법원 판결, 상업적 관습, 사회 관습, 노동조합 등에 의해 보호받는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노조와 근로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 노동시장 상황에서는 당장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로 전락할 구조조정 대상 근로자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용역·외주화 등으로 대체하려는 경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기변동의 충격을 하청업체나 협력사에 전가하려는 원청사의 횡포 등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분절화 정도가 심한 생산물 시장의 이중구조도 개선돼야 한다.

하버드대 캐츠 교수와 프린스턴대 크루거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미국에서 창출된 900만개 이상 신규 일자리는 안정적 직장이 아닌 대체근로이다. 현재의 미국경제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많은 미국인들의 심리가 올해 대선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 두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의 대체근로자의 비중은 2005년 9%대에서 2015년 16% 가까이 늘어났는데,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의 비중은 지난 10여년간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수준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더 심각하다.

정규직 중심의 이기적 노동운동, 재벌 중심의 경제력 편중 등 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전가보다는 궁극적 해법을 찾기 위한 관계 이해 집단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