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1만㎞ 가스배관 확충
수소시대 앞당길 가교역할 기대

▲ 심민령 울산시 에너지관리담당사무관

에너지분야에서 매우 의미있는 기록이 하나 수립됐다. 울산시의 도시가스 보급률 90% 달성이다. 서울의 약 1.7배 넓은 면적에 30여년간 1만㎞의 도시가스 배관을 확충한 결과이다. 서울과 부산을 450㎞로 간주할 때 11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일본의 평균 도시가스 보급률이 61.0%(2011년) 미국 60.9%(2009년), 캐나다가 52.0%(2013년)이며, 가스 주요 수출국 러시아 64.4%(2013년)와 비교했을 때도 도시가스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광주, 대전에 이어 네 번째로 90%를 넘어선 광역시가 됐다. 중장기 계획에 의한 대규모 배관 인프라 확충, 안전관리 등에 투입된 자본과 기술,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인체 혈관과 도시의 각종 배관은 공학적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다. 혈관의 길이가 12만㎞, 전국의 도시가스 배관은 28만㎞에 달하고 혈관이 에너지, 영양분, 산소, 노폐물을 이송하고 면역시스템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도시가스 배관은 에너지를, 상수관은 방역 처리된 물(산소+수소)을, 하수관은 노폐물을 각각 실어 나른다. 혈관 관리가 생명의 기본이듯 배관 과학은 문명의 기본이다.

잠시 과거를 되돌아 보면 지금의 50대 중년 세대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인 1983년 에너지 소비 형태는 연탄 사용가구가 64.2%, 임산연료(나무) 18.5%, 석유류 9.9%, 전력 5.1%, 가스류 2.3% 순이었다. 82.7%의 국민들이 연탄 아니면 나무에 의존해 추운 겨울을 견뎌냈다. 아버지와 함께 산에 나무하러 간 추억이 있거나 연탄가스를 마셔 위험에 처해 본 경험이 있는 세대들은 지난 30여년의 도시가스 인프라 구축성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도시가스 보급률 90%가 우리에게 주는 편익(Benifits)은 무엇이 있을까. 그 첫 번째는 연료의 청정성과 대기환경 개선이다. 많은 이들은 공해도시 울산이 어떻게 이렇게 맑아졌을까 의아해 한다. 그 중심에 천연가스(Natural Gas)가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중유(B-C유) 대비 황산화물 99.7%, 미세먼지 95.4%, 이산화탄소 28.8%가 적게 발생되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청정에너지라고 부른다. 41만 가구의 가정용보일러, 석유화학공단 등 360여 기업체의 대용량 보일러,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내를 누비는 1100여대 CNG버스, 연간 90만t이 공급되는 화력발전소에서 천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환경이 놀랍도록 개선된 것이다.

다음은 가스사고 없는 안전도시 건설에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1984년 도시가스 배관에 LPG를 공급하기 시작, 1997년부터 천연가스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질 특성상 천연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시 빠르게 대기중으로 분산돼 사고 발생 원인을 최소화한다. 세번째는 도시가스가 미래 수소시대를 이을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차세대 에너지 대표주자가 수소에너지라는 점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그 양이 가장 많고, 깨끗하며, 에너지 전환 원리가 간단해 이미 가정용, 수송용, 발전용 수소연료전지가 상용화 단계의 경제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 천연가스를 개질장치와 수소연료전지를 통과시키면 전기와 열에너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데 울주군 덕신읍 수소타운내 140가구 수소연료전지는 이 원리들이 적용된 것이다. 도시가스 배관망이 훌륭한 수소 배관망이 되는 것이다.

오늘 울산시와 도시가스사, 협력업체, 그리고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지난 30여년간 지역 도시가스 업계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고, 노고를 격려하며,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도시의 완성을 다짐하는 ‘도시가스 보급률 90% 달성 기념 및 청정에너지시티 도약식’도 개최된다. 지역의 에너지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에너지 신산업이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산업단지, 주거지역, 그리고 대부분의 차량, 발전소 등에서의 청정연료 보급 확대와 함께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시스템이 구현된 ‘에너토피아 울산’의 모습을 그려본다.

심민령 울산시 에너지관리담당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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