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국가적 재난, 전쟁과 같은 큰 트라우마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상처가 돼 아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작은 트라우마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또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사람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마음의 병을 얻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그 사건으로 인해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은 “트라우마는 사건이 아닌 반응”이라면서 “트라우마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수 병원장과 함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극복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 PTSD로 남아
회복탄력성 기르면 이겨낼 수 있어
가까운 사람일수록 비난 등 자제하고
자신의 단점보다 장점에 더 집중해
명상 등으로 마음의 유연성 기르면
트라우마 극복하고 성장 경험할 수도

◇사람들 간의 진실된 관계 유지

큰 트라우마를 겪었더라도 회복탄력성을 가진다면 어느 정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김창수 병원장은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이 찾아왔을 때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힘을 말한다. ‘마음의 근력’ ‘마음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병원장은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진실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회복탄력성도 높다고 한다.

김 병원장은 “조건을 따지고 이해가 얽힌 인간관계 보다는 조건없이 진실되고, 헌신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현재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부족해 보이더라도 소중히 여기고 헌신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진실된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감정의 대화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우리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부정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부정적 감정을 드러낼 때 신경써야 한다. 상대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비난, 냉소, 경멸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하기 연습’ 등 긍정심리 훈련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긍정성’도 중요하다. 긍정적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역경을 좀 더 쉽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병원장은 “긍정성은 자신의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단점을 보완하고 회피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계발해 나가는 자세를 가진다면 본인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항상 발전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긍정심리 훈련으로 ‘매일 감사할 것 찾기’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은 진화론적으로 항상 부정적인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마음이 항상 부정적인 곳에만 집중된다. 이렇게 부정 편향의 마음을 따라 살아간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감사하기 연습은 그 동안 가지고 있었고,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었던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긍정과 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서 “이런 긍정심리 훈련은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은 후에도 파괴적이고 절망적인 인식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조언했다.

◇‘마음의 유연성’ 길러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특징 중 하나는 삶이 트라우마 당시에 고착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에 집착해 긍정적인 면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고인 물이 썩듯이 이렇게 한 곳에 굳어져 있는 생각들은 틀린 생각이 되기 쉽고, 행복한 삶에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음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김 병원장은 “생각이 유연해지면 삶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고 트라우마를 쉽게 이겨낼 수 있다. 생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한다. 가끔은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마음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느껴보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을 열심히 기르더라도 현재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있다면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이 오래 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트라우마가 오래 지속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김 병원장은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 노출치료(prolonged exposure) △안구운동탈감작재처리(EMDR) △인지행동치료(CBT) △정서자유기법(EFT) 등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스스로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힘들 때는 전문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면서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라는 니체의 격언처럼 우리 모두가 트라우마를 딛고 올라서서 더 강해지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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