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EU 위원장·옐런 미연준 의장·아시아 정상 및 기업인들 우려
EU가입 희망 발칸국가들 “브렉시트 혼란에 신규가입은 뒷전 될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영국 밖의 EU 지도자 등이 브렉시트에 우려를 쏟아내며 잔류에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1일 “브렉시트에 투표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EU와 영국이 함께 추구해온 모든 게 위험에 처할 것으로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웃에 등을 돌리고, 고립에 빠져드는 것은 EU와 영국이 유럽 가치를 대표해 해온 모든 것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이 성취한 평화와 번영, 자유 등을 “세계가 부러워한다”면서“우리는 우리가 이뤄온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융커 위원장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룩한 EU의 업적은 영국인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EU를 탈퇴한다면 지금까지 이룬 성취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3일 발간 예정인 독일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한 인터뷰에서 “영국인들이 전통의 실용주의 정신에 따르도록 결정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부결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영국 이탈자들을 향해 EU 회원국들이 팔을 벌려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발언에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브렉시트는 유럽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유럽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브렉시트는 상당한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런 의장은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외부요인의 대표적 사례로 ‘브렉시트 투표’를 지목하며 “금융 시장에서는 일정 기간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그 탓에 금융 시장 여건이나 미국 경제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브렉시트 투표 이후 ‘새로운 유럽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4억5천만의 유럽인들이 말하려는 것을 우리가 듣고 있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한다는 사실을 ’새로운 유럽협약‘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독일-프랑스 주도권에서 ’프랑스‘가 빠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발칸반도 국가들도 브렉시트 우려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가 최소 2년간 지난한 ‘이혼’ 과정에 매진하게 될 것이므로 발칸 국가들의 가입 문제는 더 안중에도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알바니아, 보스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등 6개 발칸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EU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중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공식 가입 협상에 돌입하기는 했지만, EU가 아무리 일러도 2020년까지는 회원국을 늘리지 않을 방침이라 이들의 가입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여기에 브렉시트까지 현실화하면 EU 가입은 요원해질 것으로 이들 국가는 우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을 비롯해 EU 회의론자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EU 내 이민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부분인데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이들 발칸 국가의 가입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칸 국가들에 EU 가입은 오랜 정정불안과 빈곤에서 탈출해 안정과 번영에 다가가는 상징과도 같다. 알바니아가 EU 가입 요건 달성을 위해 정치적 위기를 감수하고 사법개혁에 나서는 등 이들 국가는 EU 입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올해 4월 런던타임스 기고에서 “우리가 전쟁과 유혈사태의 긴 역사를 바꾸고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것은 EU 가입 열망 때문”이라며 영국에 “제발 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영국에 기업을 설립했거나 투자를 계획하는 아시아 기업들은 브렉시트로 결과가 나오면 영국의 투자 매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브렉시트에 투표하는 것은 일본의 투자 대상 지역으로서 영국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영국이 포함된 EU’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업체를 비롯해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를 보유한 인도 타타그룹,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유통기업 등은 파운드화 결제 비중이 커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면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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