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 2016’을 찾은 관광객들이 문경새재 과거길을 걷고 있다.

이재용(47·서울 동작구)씨는 지난 5월 하순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에 나섰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올라가는 관문이었던 문경. 그가 이곳을 찾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을 때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여름에 찾은 문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가을 문경이 남자의 고독을 반기는 곳이었다면,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한 문경은 없던 사랑도 생길 것 같은 당찬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6㎞의 짧지 않은 거리.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도 때이른 더위에 당장이라도 내달려 여정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과 연인들의 웃음소리에 이내 걸음을 멈췄다.

‘문경 과거길에서 선비복을 입고 사진 찍는 가족들’ ‘1년이 지나서야 도착한다는 느린 우체통에 서로를 위한 엽서를 부치는 20대 연인’ ‘서로의 발을 씻겨주던 노부부’. 그 모습에 마냥 흐뭇하다. 그 중, 동년배의 남성이 부인의 이름으로 지은 삼행시가 기억에 남는다. “하늘이 맺어준 사랑으로/ 진실되게 서로 믿고 살아왔네/ 희망을 갖고 더욱 더 사랑하며 살자.” 중년 부부의 애틋함을 담은 이 삼행시는 장원 급제감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체험형 관광상품
월 1회 보름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 행사
도립공원 1관문~교귀정 6㎞구간 걸으며
전통놀이·특산물 먹거리·공연 등 즐겨

밤이 깊어지면 하산 시간에 맞춰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전통음악을 곁들인 부채춤 판이 벌어진다. ‘착!’하고 펴지는 부채의 춤사위에 환한 달빛이 쏟아진다. 그는 이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하늘에 뜬 저 꽉 찬 보름달처럼 문경은 사랑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다.”

경북 문경의 밤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 2016’(달빛사랑여행)이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경문화원 주관, 경상북도 후원으로 문경시가 주최하는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매년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 진행된다. 2005년 5월21일 첫발을 내디딘 달빛사랑여행은 2015년까지 2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은 문경의 대표축제다.

▲ 조별로 나뉜 관광객들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문경새재를 걷고 있다. 문경문화원 제공

문경시는 달빛관광여행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5년 한국관광의 별 ‘생태관광자원 부문’에서 문경이 1위를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달빛사랑여행은 매월 1회 보름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1관문(주흘관)부터 교귀정까지 6㎞코스를 걸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12개의 코스에는 갖가지 체험행사가 마련돼 있다.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짚신 투호차기, 선비복 체험 등 전통체험은 물론 가족·연인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1년 뒤에 엽서를 받을 수 있는 느린 우체통과 소원지 쓰기, 사랑하는 사람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등을 운영해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선사한다. 달빛사랑여행 반환점인 교귀정에서는 대금과 가야금 공연을 마련해 고요한 산속에서 전통 선율을 베개삼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문경의 매력을 200%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출발시 조를 나눠 각 조별로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하고 문경새재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또 코스 곳곳에서 오미자 뻥튀기, 오미자 동동주 등 문경의 특산물로 만든 먹거리를 제공한다. 삼행시 짓기에서 장원으로 뽑힌 사람에게는 문경의 또다른 명물인 도자기를 부상으로 준다.

야간 체험행사라는 점을 이용해 올해는 문경새재 잔디광장에 문경천문대의 망원경을 설치해 문경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를 완주하면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무대에서는 각종 특별공연이 기다린다. 아리랑 공연, 태권도 시연, 유명가수 초청공연, 전통음악 연주, 부채춤 시연 등 매회 다채로운 공연을 마련해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특히 공연이 열리는 오픈세트장은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추노’ 등의 드라마와 ‘광해’ ‘관상’ 등의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TV사극과 대하드라마 촬영을 위해 2000년에 지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사극 촬영장이다. 달빛사랑여행 시작에 앞서 시간이 남는다면 오픈세트장에 투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빛사랑여행은 올해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5월21일과 6월18일은 성황리에 끝나 7월16일, 8월20일, 9월24일, 10월15일 등 4회가 남아있다. 참가 신청은 달빛사랑여행 홈페이지(http://www.mgmtour.co.kr)를 통해 접수하거나 문경문화원으로 하면 된다. (054)555·2571.

참가비는 성인 1만2000원, 소인 1만원이며 미취학 아동은 무료다. 50명 이상 단체 관광객은 20% 할인혜택을 받는다. 전액 환불 및 여행일자 변경은 출발 3일전까지 가능하다. 박해철 수습기자 kshc@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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