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브로콜리

 

배식 메뉴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식당 홀에 나가기 전 복장을 점검한다. 웬 복장점검이냐고 하겠지만 단체급식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위생관리를 위해 복장점검은 필수다.

그날도 거울속의 내 모습은 ‘이상무’였다. 그런데 “파마머리 나왔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순간 얼음장이 되었다. 머리카락은 질끈 동여매고, 그것도 모자라 위생모자를 착용했다. 여성이지만 기본적인 꾸미기조차 허용이 안 된다. 귀걸이나 목걸이도 못하고, 진한 화장이나 향이 강한 화장품, 향수 종류는 물론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하면 안 된다. 복장도 흰색 가운을 입는다.

그런데 파마머리가 나왔다니…. 얼른 자리를 피해 사무실로 가 거울을 봤다. 주말에 모처럼 멋을 좀 낸다고 파마를 했기 때문에 오늘 복장불량 제대로 걸렸구나 했는데 거울속의 나는 완벽했다. “파마머리 나왔네.” 틀림없이 그분이 한 말이다. 이건 뭐지? 농담을 하실 분들은 아닌데? 하는 생각에 다시 가서 물어보자 함박웃음과 함께 “파마머리 여기요” 하신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함께 웃으며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은 분위기다.

브로콜리는 양배추의 변종으로
국내엔 1960년대 처음 들여와
비타민A·무기질 등 풍부해
체내 유해산소 제거에 효과적
살짝 데쳐 쓰면 영양손실 적어

그분의 손가락은 식판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머리카락이 들어갔나 보네요” 하니까 더 크게 웃으며 머리카락이 아니라 파마머리란다. 식판위에는 초고추장과 함께 살짝 데친 브로콜리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뽀글뽀글 울엄마표 파마머리가 연상되기도 해 함께 웃었던 일이 벌써 추억이 됐다.

브로콜리는 양배추의 변종으로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에 처음 들어왔다. 서양요리의 장식 정도로 생각하지만 비타민A와 B, C, 칼륨, 인, 칼슘 등 미네랄도 풍부하며 노화를 막고 피부에 생기를 불어넣는 비타민E와 식물성 섬유도 풍부하다.

특히 심장을 보호하고 혈압저하에 도움을 주는 칼륨이 100g당 370mg으로 풍부하다. 임산부의 기형아 출산 위험을 낮추고 빈혈을 예방하는 엽산과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한 크롬도 함유하고 있다.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물질도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의 생성 전단계 물질로 항산화작용을 하는 영양소다. 우리 몸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 노화와 암, 심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량도 100g당 28㎉로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에도 좋다.

브로콜리를 고를 때에는 줄기가 짧고 윤기가 있으며 단단하고, 꽃봉오리처럼 몽실몽실 송이가 진 것으로 한 송이씩 떼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 푹 삶거나 찌면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어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도 하지만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것이 가장 좋다. 요리를 만들 때 양파를 같이 넣으면 비타민C와 항암작용에 도움이 되는 셀레늄 성분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참기름으로 볶거나 참깨를 뿌리는 등 참깨와 함께 먹으면 베타카로틴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기름에 볶거나 기름이 포함된 드레싱을 곁들여 먹으면 비타민A의 흡수력이 높아진다. 대파와 함께 달여 먹으면 초기 감기 증세인 두통과 오한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인들은 감기 증세가 있으면 브로콜리 샐러드를 먹는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토마토, 시금치, 적포도주, 견과류, 브로콜리, 귀리, 연어, 마늘, 녹차, 머루를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몸에 좋은 10대 건강식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토마토, 시금치, 마늘, 녹차 등은 즐겨먹는 식품이지만 브로콜리는 처음 식품으로 단체급식 메뉴에 적용할 때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식품이다.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어 반찬으론 부실하고, 맛도 별로여서 잔반으로 나오는 양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양파와 된장에 무치거나 카레의 건더기 재료로도 쓰고, 버섯과 함께 볶아내기도 한다. 메뉴가 다양화 된 점도 있지만 이제 브로콜리는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 된 것 같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4만2000명의 근로자 1명이 연평균 270끼 정도를 단체급식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한다. 브로콜리 같은 몸에 좋은 식품으로 신 메뉴를 개발하여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 해갈 때 영양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몸에 좋은 식품을 메뉴화 해 제공된 음식을 먹어본 뒤 선호도에 따라 가정에서도 섭취하는 계기가 되면 가족 전체의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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