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엄마표 ‘손 국시’

▲ 해물 냉짬뽕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금세 빗방울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구슬땀을 흘리며 손수 반죽을 해 밀대로 밀어 만들어주신 손국수 자르는 소리 같다. 투박하고 거친 구석이 있지만 어머니의 칼국수 써는 솜씨는 지금 생각해도 여느 요리사 못지않을 만큼 정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명이라고는 텃밭에서 따온 호박을 채 썰어 섞은 것이 전부였지만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별미이자 특식이었다.

어머니 손맛 만큼이나 정겨운
북어로 감칠맛 낸 냉육수에
오징어·새우 등 해산물 고명
속까지 시원한 냉짬뽕으로
후텁지근한 장마철 이겨내자

내가 먹어본 칼국수 중 별미 국수집으로 구룡포의 어탕 칼국수 집이 유명하다. 시장 뒷골목에 허름한 간판이 붙은 집인데 마치 매운탕처럼 걸쭉한 국물에 칼국수를 가미한 것이다. 외지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 보면 꽤 유명한 집인 듯하다. 그 집 사장님이 모리국수에 대해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얘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닷고기가 지천인 구룡포에서는 예부터 국수에 아귀며 바다메기, 대게 따위를 넣어 먹었다. 큰 냄비에 해물과 국수를 넘치도록 넣고 펄펄 끓이면 민물생선을 쓰는 어탕국수와는 또 다른 진국이 된다. 동 트기도 전 어둠을 가르며 출항한 어부들은 뱃전 가득 번들거리는 물고기를 싣고 돌아와 뜨겁고 걸쭉한 어탕 칼국수를 나눠먹으며 언 몸을 녹였다. 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신 술로 속쓰린 아침이면 김이 펄펄 나는 국물로 해장을 하고 국수로는 허기를 채웠다. 이것이 구룡포 사람들이 말하는 ‘모리국수’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왜 모리국수라고 부를까. 확실치 않지만 경상도 방언 중에 ‘모디다’(모이다)가 있는데, 국수에 여러 가지 해물이 ‘모디었다’고 모리국수로 불러 굳어졌다는 것이 그 하나다. 또 이 음식을 본 사람들이 이름을 묻자 ‘내도 모린다(모른다)’고 한 것이 이름으로 정착했다는 설도 있다. 모리가 일본식 표기라는 말도 있다. ‘보통보다 많이 담는다’는 뜻의 일본어 모리(もり)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구룡포가 일제강점기 신사가 지어질 정도로 일본인 근거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럴듯하다. 지금도 일본식 가옥과 식당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틀린 해석은 아닌듯하다.

모리국수는 이제 구룡포에서도 한두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추억의 음식이다. 우리가 지금도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을 잊지 못하는 것은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한 그릇의 칼국수만으로도 가족애를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요즘 시중에 파는 국수는 색깔도 다양하고 재료에 건강을 가미한 국수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전문 국수집도 있지만 시장 한켠 허름하게 리어카에서 말아주는 멸치국물 맛이 강한 국수가 더 맛난 것은 어쩌면 우리네 마음속에 정성이 담긴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 아닐까.

◇여름 별미 중국식 냉짬뽕
△재료
※육수(5인분 기준): 북어 머리 1개, 말린 홍합 20g, 생강 30g, 대파 20g, 양파 2분의1개, 장닭 3분의1마리, 청양고추 2개, 물 4ℓ
※부재료: 식초 100㎖, 간장 25㎖, 녹두유 30㎖, 소금 45g, 아이미(조미료) 30g, 설탕 40g, 꿀 시럽 120㎖
※고명: 오징어 50g, 잔 새우 5개, 무순 10g, 계란 지단 5g, 해파리 20g, 양겨자, 식초, 생면 1개
△만드는 법
① 육수 재료를 넣고 1시간 정도 끓인 다음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다.
② 육수가 차가워지면 식초, 설탕 등 부재료를 넣고 냉동고에서 살얼음이 되게 한다.
③ 오징어와 새우는 소금을 넣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다.
④ 생면은 뜨거운 물에 1분정도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는다.
⑤ 면 위에 데친 부재료와 무순, 계란 지단을 올리고 육수를 부어 드시면 되는데 취향에 따라 겨자와 식초를 첨가해서 드셔도 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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