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와 전통 차과자로 품격 더해
“차를 즐기는 부모님 덕분에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차를 접했어요. 차는 우리 몸에 이롭지만 빈속에 차를 많이 마시거나 몸이 찬 사람들이 마실 경우 속이 냉해질 수 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차과자가 있어요. 차과자하면, 보통 일본의 화과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한국에도 전통차과자가 있었어요. 이것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토종재료를 활용해 전통방식으로 차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화려한 형태의 차과자를 만들기도 해요. 우리의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서 널리 알려나가는 것이 제 일인 것 같아요.”(이수아 소월당 대표)
전통 찻자리와 유기농식 소월당
집 앞 밭에서 정성껏 키운 재료로
옛날 방식 그대로 차린 계절밥상
◇“‘충담차’의 보편화 위해 힘쓸 것”
울주군 두서면에 위치한 소월당.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쌉싸름하면서도 상쾌함이 전해지는 차, 깔끔하게 달콤한 맛을 내는 차과자, 밭에서 갓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활용해 만든 건강한 식사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 찻자리 문화를 보존하고,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는 소월당에서 려강 이수아 대표를 만났다.
소월당은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손님 테이블은 단 두개.
식사는 식전 차와 빵으로 시작된다.
식전 차로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충담차’가 준비된다. 녹차잎으로 만든 발효차인데 특허를 내고, 널리 보급시켜 ‘보편화된 한국 녹차’가 되는 것이 목표다. ‘충담’이라는 이름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충담스님의 이름에서 따왔다.
“일반녹차는 장마철까지만 먹을 수 있어요. 그에 비해 충담차는 오래 먹을 수 있고, 만드는 과정도 쉽고, 보급도 쉬워요. 또 발효차라서 많이 마셔도 속이 불편하지 않아요. 이렇게 좋은 차를 이곳에서만 즐기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널리 보급시켜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충담차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충담차와 함께 식전빵, 발효차로 만든 잼이 나온다. 잼은 일반설탕 대신 원당과 꿀을 사용해 단맛이 짧고 깔끔하게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단맛은 잠시, 잼 속에 녹아든 녹차 향이 입안 가득 전해진다.
◇밭과 식탁이 가까운 자연식 식당
차와 빵을 즐기는 사이에 식사가 준비됐다.
직접 농사를 지어 생산한 콩과 파, 표고버섯 등으로 만든 ‘두부 스테이크’가 메인 요리다. 스테이크 위에는 토마토와 양파로 만든 소스가 올려진다. 여기에 청상추 된장 샐러드가 곁들여 지는데 감식초로 풍미를 더했다.
“재료 생산지와 밥상이 가장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고 해요. 밭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서 계절마다 다른 밥상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지금은 찹쌀과 맵쌀을 섞어 만든 밥 위에 송이와 잣, 은행 등이 올려진 밥이 두부스테이크와 함께 나오지만, 7월 초부터는 연잎밥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잎이 재배되는 계절에만 선보이는 만큼 7~8월 만날 수 있는 메뉴다. 소월당 앞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연잎을 따 찹쌀 연잎밥을 만든다. 7시간 이상 가마솥에 푹 쪄서 연잎 성분이 충분히 배어나온다.
이곳 식사의 특징은 1인상이다. 밑반찬과 메인 음식을 큰 접시에 놓고 마주 앉은 일행과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접시에 1인분씩 음식이 담겨져 나온다.
“1인상을 일식(日食)이라 생각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그런데 1인상도 우리 전통 문화랍니다.”
◇한국 고유의 차과자와 말차(抹茶)
식사를 마치면, 본격적인 차와 차과자의 향연이 펼쳐진다.
일반 시중의 찻집에서는 만나기 힘든 말차와 전통방식을 그대로 전수 받아 만든 한국 고유의 차과자, 퓨전 차과자 등을 맛볼 수 있다.
말차는 고려시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차 중 하나다. 제조공정이 까다로운 만큼 여느 녹차보다 향이 진하고 강해 식사 후 마시기에 안성맞춤이다.
말차를 손에 든 이수아 대표가 찻잔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려 상위에 살포시 올려 놓는다.
“제가 만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 건강해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천지인’하고 속으로 되뇌며 찻잔을 한바퀴 돌려 손님들께 대접해요.”
◇경주최씨 가문에 전해오는 전통 차과자
이수아 대표가 본격적으로 차과자를 만든지는 3년정도 됐다. 경주 최씨 가문 종부들이 대물림을 하면서 간직해온 <세시기>에서 차과자에 대한 기록을 찾아내면서 부터다.
이후 최씨 가문에서 출가한 휴산 등주 스님을 찾아 전통 쌀가루를 만드는 방법부터 송화편자, 설화병, 학자초병 등의 차과자를 배웠다.
“차를 배우면서 문화, 역사 등도 함께 공부하게 됐어요. 또 한국인으로서 울산사람으로서의 자긍심도 가지게 됐고요.”
최근 이수아 대표는 울산시가 제조업 분야 창업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톡톡팩토리(울산시 남구 돋질로 390번길 7) 건물에 제2의 터를 잡았다. 소월당 삼산점에서는 울산 재래종 녹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 과자, 특산품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본점에서는 상미기간이 짧아 바로 만들고 먹어야 하는 차과자를 판매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상미기관이 긴 디저트를 만들어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