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근로자 과반의 동의서 확보 행정절차에 착수

노측, 임단협 연계 파업수순 결사반대 목소리 높여

현대중공업이 분사 대상인 설비지원부문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 법인설립 등 분사를 위한 행정절차를 밟는다. 노사갈등이 우려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안 이행 차원에서 ‘분사를 피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과 연계한 파업 절차를 밟는 등 분사 결사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오후까지 분사 전적(轉籍) 동의서를 제출한 근로자가 설비지원부문 전체의 과반을 차지함에 따라 다음주부터 분사를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우선 법인을 설립하고 임직원 전적 등의 절차를 밟는다.

사측은 분사 40일 전에 조합에 통보했고 조합원의 노동조건 승계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제43조 분할 및 양도 조항을 준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소속이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중공업 자회사로 변경되지만 전적 동의자들의 임금이 최대 15년간 보전되기 때문에 임금 부문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사측은 보고 있다.

자회사로 옮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근로자들은 자체 기술교육원에서 용접·도장 등의 직무 재배치 교육을 받은 뒤 관련 부서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와 함께 작업현장에서 분사 동의서를 제출한 근로자를 소위 ‘왕따’ 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자 대처법까지 내놓으며 근로자간 불협화음 막기에 나섰다.

우선 왕따 가해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리고, 따돌림 행위를 입증할 음성 파일, 동영상, 수첩 기록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라고 알렸다.따돌림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부서에 알리고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측은 취업규칙에 따라 왕따 가해자를 직장질서 문란행위로 징계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분사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면담 등을 실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힘들게 들어온 회사, 서명(동의서) 하나 때문에 앞으로 남은 삶이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고, 면담 자체도 거부해야 한다”며 “사측이 동의서를 강요하더라도 더욱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분사하더라도 현행과 같이 임금을 보전해주겠다고 사측이 설명하고 있지만 끝까지 지켜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자회사가 설립되면 노조의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임금 구조 등을 사측이 변경해버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분사 대상 900여명 중 700여명이 현 노조 조합원인데 자회사로 옮겨가게 되면 그만큼 조합원 수도 줄어들어 투쟁 동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조는 지난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만장일치로 결의한데 이어 23일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쟁의비 예산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인 등 파업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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